[정치포커스] 대선도 '비대면 혈투'… 대면보다 여론전 초점 
[정치포커스] 대선도 '비대면 혈투'… 대면보다 여론전 초점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1.0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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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자체 제작 프로그램 '크라켄' 가동
'여론전', 여야 가리지 않아… 이젠 수면 위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유상범 법률지원단장(왼쪽)과 이영 디지털본부장이 30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 비방 조직적 댓글' 모니터링 프로그램 '크라켄'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30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끝)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유상범 법률지원단장(왼쪽)과 이영 디지털본부장이 12월 30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후보 비방 조직적 댓글' 모니터링 프로그램 '크라켄' 시범운영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대선 선거 유세 방식도 바꿔놨다. 이전에는 후보가 지역을 훑으며 표심을 끌어모으는 '밀착형' 대면 유세가 보통이었다면, 최근에는 유권자와 직접 마주하기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비대면 선거 유세가 각광받는 추세다.

과거에 비해 온라인 소통 창구가 활발해졌지만, 이전까지 없던 선거 유세 방식인 만큼 각 후보마다 색다르고 효율적인 온라인 선거 유세 방식을  찾는데 골몰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변화는 '여론전'의 강세도 함께 가져왔다. 

대선후보와 직접 소통 창구가 좁아지면서 많은 유권자들은 인터넷 댓글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후보를 접하게 됐다. 빠른 속도, 넓은 전파력 등 우리나라가 특화된 온라인 생태계도 온라인상에서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로 여론전 본격
국민의힘 '크라켄' 역할했다

국민의힘은 '크라켄'이라는 여론전 대응 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했다. 인터넷 댓글 조작 방지를 위해 자체 개발한 여론 조작행위 자동 감지 프로그램이다. 카이스트 대학원 암호학 박사 과정을 거친 이영 의원(선대위 디지털본부장)과 프로그래머 출신인 이준석 대표를 주축으로 추진됐다.

크라켄은 인터넷상에서 주요 키워드 관련 기사·댓글 정보를 자동 수집한 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상행위 자동 분석해 레포트를 생성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일명 '크라켄팀'이 여론조작 의심 댓글과 IP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시스템으로 꾸려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월 30일 '크라켄'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결과, 윤석열 대선후보를 향한 악의적·조직적 비방 징후를 포착했다고 공표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유상범 의원과 함꼐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개의 계정으로 유사한 댓글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를 악의적·조직적으로 비방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댓글들은 내용은 동일하나 이모티콘을 변경하거나 어순을 변경하는 등 동일 댓글 게시 어뷰징 대응 기능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 또한 포착했다"고 부언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서는 동일 내용의 댓글을 다수 작성할 경우 댓글 권한 등을 제한한다.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모티콘 사용, 어순 변경 등으로 '전체적인 내용은 같지만 다른 댓글인 것처럼' 둔갑해 댓글을 작성하는 조직적 세력이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크라켄을 통해 일부 댓글에 대한 공감수 급등 현상도 발견했다. 

이 본부장은 "매크로나 기타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현실적인 증가라고 현재로써는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반적인 공감수 증가 추세보다 훨씬 웃도는 조직적 증가 추세로 보이는 댓글이 탐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표 찍기' 방법 등을 통해 많은 인력이 단시간 내 조직적으로 공감수를 늘린 흔적이 발견돼 해당 댓글을 올린 계정의 다른 댓글 활동 분석 결과와 연계해 입체적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부언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포착된 징후는) 매크로라기 보다는 '그레이존'(회색 지대)"라면서 온라인상에서 특정 몇 명에 의해 여론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고 봤다. 그리고 이같은 조직적 활동 징후가 포착된 계정에 대해서는 수십여 개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크라켄'이 당이 지정한 키워드가 입력된 기사나 댓글을 1차 스크리닝한 결과 35만 개가 포착됐다. 이어 스크리닝 과정을 거듭해 최종적으로 조직적 징후가 있다고 판단된 댓글은 964개다.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포착된 여러 이상 징후에 대해 당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자문단의 법률 검토를 거쳐 △포털사 통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수사기관 수사 의뢰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향후 대선에서) 미디이전(戰)이 더 확산되리라 보이는 상황"이라며 향후 클린 선거를 위해 조직적인 댓글 작성 징후를 지속적으로 잡아낼 계획이라고 알리고 앞으로 크라켄을 본격 운영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월 14일 '크라켄 공개 기자회견'에서 "정당에 있어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여론조작 시도야말로 민심을 왜곡하고 무엇보다도 선거 결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엄정 대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 이런 것(여론조작 정황)을 잡아본들 무슨 영향이 있겠느냐"며 "조기 경고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크라켄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국정원부터 드루킹까지
여야 '댓글 조작' 암투 면면

국민의힘은 일명 '드루킹 사건'을 더불어민주당 발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라는 조직 운영자 김동원(인터넷 사용명 드루킹)씨가 '킹크랩' 등 프로그램을 사용해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와 인터넷 기사 등에 인위적으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19대)와 민주당에 유리한 형성한 사건을 일컫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해당 사건 공모자로 지목,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직을 상실하고 현재 수감 생활 중이다.

이 대표는 크라켄 시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소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이라고 하는 사람의 제안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하려고 하다가 현재 본인도 감옥에 가고,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의 전통성에 큰 흠집을 냈다"고 언급했다.

이 사건은 사회에 이전까지 단순 의견 표출 도구로 여겨졌던 인터넷 댓글이 사실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한 여론을 형성 가능케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선거 정국마다 물밑에서 벌어지던 치열한 여론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도 '여론전 암투' 일화는 존재한다. 

2012년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 감소 방지, 대선 승리 등을 목적으로 국정원과 국방부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지닌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재수사가 시작됐다. 윤 후보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수사 지휘봉을 휘두른 전력이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2월 31일 본지와 통화에서 유권자 표심이나 여론 향방이 인터넷 댓글 등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고 봤다. 

이 평론가는 "현재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간) 박빙승부가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지지율 1-2% 싸움이지 않나"라면서 의도된 특정 댓글에 영향을 받는 게 '극히 일부라도' 현재 상황에선 당락을 가르는 파급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