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년특집] 전쟁과 융합 사이…전통금용-빅테크, 선의의 경쟁 중
[2022 신년특집] 전쟁과 융합 사이…전통금용-빅테크, 선의의 경쟁 중
  • 임혜현·김보람 기자
  • 승인 2022.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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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금법 개정 국면서 미국·일본 등 아이디어·균형잡힌 규제 참고 필요
빅테크 발전 통해 기존 금융업체들 자극 선순환…당국이 더 촉진해야
DatTop 개방. (사진=금융결제원)
2021년 연말 열린 DatTop 개방 선포식. (사진=금융결제원)

전통적 금융업이 새로운 시대 조류를 만났다. 전자통신의 발전이 견인하는 금융의 디지털화는 이미 오래된 화두지만, 본격적으로 금융과 기술이 융합하면서 업의 특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 대형 정보기술에서 금융을 접근하는 일명 빅테크, 금융+기술의 새 영역 창조에 초점을 둔 핀테크 등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자통신을 어디까지나 금융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단순 디지털화는 유행이 끝났다. 기술이 금융의 새 틀을 짜주는 역할을 꿰차고, 새 참여자들도 금융업에 속속 참여하는 융합, 그리고 빅테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새롭게 발전하는 빅테크 금융플랫폼이 높은 접근성으로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발전 어젠다를 제시한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빅테크 플랫폼이 새롭게 선수로 참여하는 상황은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충돌도 빚고 있다. 기회와 위기, 융합이라는 '정-반-합'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 빅테크, 금융 곳곳에 노크 '혁신 돌풍 vs 기울어진 운동장'   

빅테크의 금융시장 참여를 놓고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독점적 지위와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이익만 챙긴다는 주객 전도 우려 또한 부각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12월1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6월 예비허가를 받은 뒤 6개월 만으로, 올해 상반기 본격적 윤곽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업에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형식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시가총액이라는 몸집 경쟁 기준에서는 기존 은행업계를 압도했다는 소리도 나온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로 볼 수 있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단 2곳의 합산 시가총액이 다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국내 4대 금융지주 합산 시총과 비슷하다"며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성장성과 혁신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흔히 투자지표로 PDR(Price to Dream Ratio)을 말하는데, 한국 금융업종에서 시총을 보면 이것이 부각된다"며 "(새 금융형태와 기존 금융사를 보는 시각의) 미래가치창출에 대한 드림(꿈)에 대한 격차를 알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증권 분야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의 협업 등이 부각된 바 있고, 여신 분야에서도 빅테크가 기존 분야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7개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조협의회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유예를 발표했는데, 이 유예 전제조건 중 하나로 '빅테크와의 규제 차익 해소'가 거론됐다. 전통 금융업이 이미 빅테크를 무시 못할 경쟁자로 보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다만 이런 한편, 규제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웬만큼 몸집을 키웠으니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균형 강조론이 대두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금융위원장 교체, 금융사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격화' 등을 계기로 이 경향이 부각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2월15일 빅테크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당국의 규제가 올해들어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 역할론 의문 있지만 이미 포기 못할 뉴노멀 전금법 개정이 관건  

신한카드가 도입한 안면 인식 카드 결제 기능. (사진=신한카드)
신한카드가 도입한 안면 인식 카드 결제 기능. (사진=신한카드)

당국이 빅테크의 금융 역할론에 대해 온화한 베이비시터 관점을 그간 보여 왔다면, 이제 편애를 일부 걷어내자는 모드 변경이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김병칠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감독국장도 "중장기적으로 빅테크가 지금과 같은 (소비자)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그는 "금융자금이 빅테크 내부에 쌓이면서 실물경제로 공급되지 않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걷어내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새로운 스탠스로 보인다.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서 학계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다만 판 자체를 핀테크가 없던 때로 되돌리는 시대 역행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국가들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시장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핀테크가 규제없는 독주를 하거나 혹은 불공평하게 우대받는 상황은 금융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는 관점이다. 김 교수는 "당국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플랫폼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봐야 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활용·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핀테크 금융규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가 이제 견제를 받을 만큼 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역차별 구도가 생겨서도 곤란하다는 공감대는 분명 있는 셈이다.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금융사와 동일한 기능을 전제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 적용되는 규제가 온라인 플랫폼사에도 적용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스탠스 전환이 부각되지만, 이를 꼭 규제 만능주의로 볼 것만도 아니다. 학술 행사에서의 개인적 발언 등을 참고해 볼 수 있는 것.

이한진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지난해 11월30일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가 연 한 토론회에서 "플랫폼에 대해서 어떻게 규율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디지털화나 국민들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요구가 증대되는 쪽으로 가는 게 숙제"라며 "이는 전세계가 고심하는 동시대적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 과장은 또 "정보 측면에 기반해서 보면 당연히 소비자 후생 증가와 권익 증진 측면이 있고, 국민경제적으로 볼 때엔 혁신적 서비스 출현과 공정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보고 정부는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련법 손질을 계기로 여러 관점을 종합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전통적 금융업과 핀테크간의 역할 모델과 발전 방향을 정비하는 숨고르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문제다.

◇ 개념 정립부터 폭주 방지까지, 일본식 빅테크 규제시스템 발전 눈길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서는 우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자격을 부여해 은행처럼 이용자에게 계좌 발급을 허용하는 문제가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전금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일명 선불충전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불충전금은 소비자가 간편송금·결제를 위해 미리 쌓아둔 돈으로, 기존 금융에 없던 개념이 빅테크 발전으로 새로 부각된 전형적 사례다. 예금이나 상품권도 아니면서, 금융융합적이고 편리한 새 개념으로 애용되고 있다. 별처럼 떠올랐지만 소비자 보호에 일말의 맹점이 있는 것.

유형철 예금보험공사 은행관리부장은 지난해 금융연구원 주최의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선불충전금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나 관련 입법 지연 등으로 보호체계가 미흡하다"며 현재 논의 중인 전금법 개정안에서 본질적 해결책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재 논의 상황에서는 어디까지나 예금명의자인 전자금융업자를 기준으로, 5000만원까지 보호한도가 적용된다. 선불충전금 이용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도가 작은 것. 실질 예금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유 부장은 각각의 고객별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전금법 개정안들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된 상태에서 정지돼 있다. 전금법 개정안 논의 일정이 지난해 부진한 것은 대선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일정 추진에 나서면, 올해 초에 추가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발의된 안 중에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빠른 처리를 원하는 측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미 2020년 7월 당국이 제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등 논의 상황을 대부분 수용하는 등 종합판 성격이라서, 검토가 빨리 진행되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다소 생긴 만큼, 앞서 거론된 금융권과 전문가들의 추가 요청 사항 등까지 두루 챙기는 종합적 재논의의 시간을 갖자는 주문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빅테크 규율 시스템 손질 과정이 우리에게 타산지석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빅테크가 발전하면서 일본금융청은 지난 2015년 감독지침 개정을 통해 '모집관련행위'라는 개념을 도입해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나섰다. 2018년부터 제도 마련을 검토한 끝에, 2020년 6월 금융서비스 제공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금융서비스중개업' 개념을 도입했으며, 세부규정이 제정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법 시행에 들어갔다.

새 먹거리 등장에 적극적으로 근거와 기반을 마련해 자리를 잡아주는 한편, 규율 강화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 플랫폼 거래 투명화법을 통해 빅테크 기업이 규제 사각지대에서 폭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이 법은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아마존·라쿠텐그룹 등 총 5개 거대 빅테크업체를 특정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로 지정했다. 거래조건 변경 시 사전통지와 민원처리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을 의무화했다. 이들 빅테크 기업들은 1년에 한번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 기존 금융계에 자극되는 건 분명, 순기능 부각 필요

선진국 빅테크 시스템이 엄격할 땐 엄격해도 규제만능론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기존 금융권에 새로운 자극을 공급하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는 점 또한 분명하기 때문. 이에 단점 해소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장점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쪽으로 당국과 정치권이 방점을 찍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기존 금융업계 스스로도 빅테크의 변화 노력을 배울 필요를 체감하고 있다. 빅테크의 장점을 융합하고 협력망을 구축이나 영감을 얻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 다양하게 목격되고 있다. 

농협은행의 해커톤 대회. (사진=농협은행)
농협은행의 핀테크 해커톤 대회. (사진=농협은행)

신한은행이 지난 연말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한 게 좋은 예다. 은행이 여신·수신·외환 등 금융업과는 거리가 먼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분명 이례적인 융합 케이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가맹점주와 배달 라이더에게 특화된 금융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신규 핀테크와의 협력에서 힘을 얻어 거대한 빅테크에 적극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유망 핀테크스타트업들을 인큐베이팅하는 디노랩도 관심을 모은다. 빅테크와의 대결에 이들 핀테크스타트업들이 영감을 불어넣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빅테크들의 도전으로 영역 잠식 우려가 큰 상황에서 중소규모로 꼽히는 우리카드의 대처에 이 같은 비결이 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기존 신용카드사의 Value-Chain을 고객 중심으로 리모델링해 빅테크가 제공하지 못하는 금융영역의 혁신 모델 발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디노랩 내 유수의 스타트업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메리츠화재에서는 "이제 막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보자는 시작단계로 아직 어떤 성과를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협약은 거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에 메리츠화재만의 상품 및 관련 노하우를 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근래 불어 닥친 상업자전용신용카드(PLCC) 열풍에 만족하지 않고, 빅테크 및 유망중소핀테크와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PLCC 카드 추진에 박차를 가해 성과를 더 키운 경우다.

롯데카드는 카카오뱅크와 뱅크생러드, 핀크 등 디지털·핀테크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과 롯데카드의 신용카드 노하우 및 인프라를 접목시켜 고객 혜택을 고도화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쟁이 지속되겠으나, 이와 별개로 융합 역시 불가피하므로 공존을 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금융과 비금융의 융복합·플랫폼화가 주요 경쟁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기존 금융과 빅테크간의 제로섬 전쟁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융합을 통한 파이 키우기와 상생에도 주목하고 이를 더 활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