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박근혜 사면에 대선판 '출렁'… 속내 복잡한 尹·李
[정치포커스] 박근혜 사면에 대선판 '출렁'… 속내 복잡한 尹·李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1.12.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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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체로 "文대통령 결정 수용"… 정의당 "철회하라" 규탄
박근혜 사면 자체보다 2030 시각·청와대 대선 개입 여부 쟁점
(서울=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2021.12.24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확정되자 대선 정국이 다시 출렁인다. 특히 대선까지 70여 일을 앞둔 시기인 만큼 정치적 해석도 난무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특별사면·복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文대통령 "넓은 이해·해량 부탁"
여야 '국민 통합' 관점에서 이해

정치권은 대체로 문 대통령 결정을 수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를 거쳐 결정한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라며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환영한다"며 "국민의힘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후보 캠프도 "국민통합과 국민화합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한다"고 결을 같이 했다.

반면 정의당은 "이제와서 아무런 국민적 동의 없는 박근혜 사면 카드를 던진다고 해서 그것을 국민 통합이라고 인정할 국민은 없다"고 맹공했다. 선대위 장혜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민 기만이고 권력 남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입만 열면 적폐청산을 외쳐왔던 문재인 정부의 구호에는 아무런 진정성도 없었음이 입증됐다"며 "정의당은 분노하는 시민들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사면에 강력히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후보도 이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개인의 동정심으로 역사를 뒤틀 수는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심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인의 권력사유화와 국정농단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도 정치 희생양인 것처럼 행동해왔다"면서 "국정농단 주범의 반성도 사죄도 없는 사면은 그 자체로 '촛불부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진화했다.

◇李, 강경 노선 철회… 원론적 입장
尹 숙제 떠안아… 보수 결집 느슨?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2.24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달리 여야 대선후보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경우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해 왔다. 이런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문 대통령의 결정을 정면 비판하고 나설 수도 없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원래 어제까지는 (박 전 대통령 사면 대해 정부가) 전혀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난색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내가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 있긴 한데, 이게(박 전 대통령 사면) 당장 실질적인 의사결정 단계라면 거기에 관련해서는 얘기하는 건 적절치가 않은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대가를 치르는 게 맞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예방효과도 있어야 하고, 사과도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게 기존 내 입장"이라면서도 "일반적 원칙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이 후보는 이후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선대위 조승래 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되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완전히 굽히지는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4 [국회사진기자단]    toadboy@yna.co.kr (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서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더욱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된 건 윤 후보 쪽이다. 그는 검사 재직 당시인 2017년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정치 입문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한 사면을 주장해 왔지만, 강경 보수층 가운데서는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인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지닌 이도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보수 대선후보'로서 윤 후보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보수 분열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검사 재직 박 전 대통령 대한 형 집행정지를 불허했는데 입장이 바뀐것이냐'고 묻자 "내가 불허한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형집행정지 관련해서는 검사장 지시를 따라야 한다"며 "위원회 인사들이 형집행정지를 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시간이 흘렀고, 시기상 후보를 교체할 여력도 안 된다"며 "보수층 입장에서는 윤 후보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내부 균열이 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보수층 지지) 결집 강도가 약해질 순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차기 정부에선 절대로 국정농단 사태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국정 농단 사태가 다시 주목받아 보수 진영을 향한 유권자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서울시당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묻자 "우리는 뭐 그렇게 일정한 영향이 미칠 거라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명숙 복권·이석기 가석방까지
이명박·박근혜 사면 반대 43.7%

(서울=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복권됐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8천3백여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는 형을 복역하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모습. 2021.12.24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4일 복권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 정국에서 파급력을 갖는 건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불러온 현상 때문이다. 엄 소장은 △박 전 대통령 대한 사면을 바라보는 2030세대 관점 △청와대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국민 여론을 큰 변수로 봤다.

2030세대는 이번 대선에서 스윙 보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초 청년 세대는 진보 진영을 지지해 온다는 통념이 있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표심이 공중에 붕 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후보)은 '이대남'(2030세대 남성)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도 당내 대선후보 선출 경선 당시 '사이다 화법'으로 많은 청년 세대의 지지를 얻었다.

이같은 경향은 현대 청년 세대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진영 논리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성향이 더욱 짙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현재 거대 양당 대선후보 모두 청년 표심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가 공개돼 이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 지 더욱 이목이 쏠린다.

청와대 대선 개입 여부 여론은 결국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함께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복권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내란선동죄 혐의로 복역 생활을 하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도 가석방 이슈도 더해져 정치 쟁점화가 급물살을 탔다.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내란 선동죄로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만기출소를 1년 반 정도 앞두고 가석방돼 24일 오전 대전교도소 정문을 나오고 있다. 2021.12.24
내란 선동죄로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만기출소를 1년 반 정도 앞두고 가석방돼 24일 오전 대전교도소 정문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 가석방을 '촛불청구서'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했다. 선대위 원일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석기 가석방은 대선을 앞두고 소위 좌파 세력의 촛불 청구서에 굴복한 결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이 전 의원 경우 형기 3분의 1 이상을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판단으로 가석방 처분을 받아 박 전 대통령·한 전 국무총리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대개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한 전 국무총리 복권, 이 전 의원 가석방 등이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국민이 청와대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일련의 조치를 했다고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견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미지수다.  

리서치앤리서치(채널A 의뢰,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반대' 43.7%, '찬성' 39.2%로 집계됐다. 두 의견 사이 격차는 4.5%p다. 반대가 과반을 넘지는 않았지만 아직 찬성 의견보다 우세한 흐름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3월 31일 구속, 4년 9개월간 복역해 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긴 수감 기간이다. 그는 지난달 22일부터 허리 디스크 등 건강상 이유로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서울삼성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아울러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리고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유 변호사는 '사면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그냥 담담하셨다"고 단답했다. 이어 "신경계 치료에 전념해 건강이 회복되면 가족은 좀 빠른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 말했고, 병원에 계시는 동안 정치인을 비롯해 어떤 분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자신의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 동생 육영재단 박근령 전 이사장은 지난 21일 신한반도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이사장은 출마선언문에서 △대통령 중심제→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농어촌 기본소득제 △생산·유통·금융·교육 등 거대 공공성 분야 50% 공영화 등을 공약했다.

[신아일보] 강민정 기자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