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韓, 내년 말 1.50~1.75% 전망
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韓, 내년 말 1.50~1.75% 전망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2.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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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기준 금리 인상 '불가피'
내년 2회 0.50%p 상승 예상 속 물가 상황 등 따라 3회 전망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과 후년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를 내놓으면서 한국 기준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당초 예상 수준이었던 만큼, 한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규모는 기존 전망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와 금융불균형으로 야기된 가계부채 문제는 추가적 금리 인상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 美 기준금리 인상 예고… 韓 기준금리 다음달 인상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내년 세 차례, 2023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FOMC는 통상 상반기 4회(1·3·5·6월), 하반기 4회(7·9·11·12월) 열린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3월인 것을 감안하면, 5월과 6월 중 한 차례, 하반기 두 차례 인상을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0.00~0.25% 수준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말 0.75~1.00% 수준으로 오르고, 2023년 말이면 2%를 넘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 결과는 예측한 수준과 부합하다며, 내년과 후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 기준금리 시기와 규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 각각 0.25%p씩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시 된다는 점도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흡수하는 조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준금리 조정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통상 분기가 시작하는 달과 그 다음 달 열린다. 내년 상반기에는 1월과 2월, 4월과 5월 개최된다.

상반기 인상 시점은 대통령 선거가 3월 실시되고 이주열 총재의 임기도 3월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안에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지난 10월과 11월 물가상승률이 3%를 넘기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는 것도 1월 인상설에 힘이 싣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의 기준은) 물가 상승률의 폭에 달려있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주변국들에는 부담이 되는 만큼 우리도 지속해서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韓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내년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이 한차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세가 예상되고, 코로나19의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망 문제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우리 정부에서는 내년 초반 물가 상승률이 2~3%대를 넘나들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달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9월(1.8%)보다 0.3%p 상향한 2.1%로 조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내년 하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점도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근거가 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하반기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미국 연준에 (한국은행이) 동조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내년 하반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한국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재 1.00% 수준인 한국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0.25%p씩 0.5%p 상승해 연말이면 1.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다.

◇ 국내 물가 상승 상황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추가 인상 배제 못해

다만, 시장 전망보다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금리 격차가 줄면 국내 투자된 외국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 가격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병목 현상 심화, 코로나19 변수 등으로 내년 물가상승률이 정부 예상치를 넘을 경우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추가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경우 차기 정부와 다음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 정책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가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두 차례 인상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은행 총재가 바뀌면서 달라지는 금통위 상황, 그리고 코로나19 향후 추이 등을 고려한다면 내년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두 차례로 끝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75%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