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캐나다 기준금리 동결로 본 우리나라 금리 향방
호주·캐나다 기준금리 동결로 본 우리나라 금리 향방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2.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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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금리 인상시 카드 모두 소진…미국 인플레 동향 살필 필요 높아

미국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다음주로 다가온 가운데, 영연방 국가들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가 먼저 나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우리도 그간 논의돼 온 내년 1월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수정을 가해야 할 필요성을 높여 관심이 모아진다.

7일(이하 모두 현지시간)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한 데 이어, 8일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0.25%로 동결을 선언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강하게 영향을 미쳐 온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시각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생각보다 심각한 위험요소가 우선 아니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아울러 물가 부담도 생각만큼 크지 않고 곧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을 금리 동결 이유로 거론했다.

◇ 호주·캐나다 신중론, 글로벌 저명 경제학자들도 베이비 스텝 美에 요구 

미국 기준금리 등 각국 유동성 정상화 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기준금리 등 각국 유동성 정상화 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시장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의 경영자 대상 조사를 인용하면서,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년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물가와 고용 부담이 더 커지면서, 당초 6월로 거론되던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3월로 앞당기고 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주와 캐나다가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주요 우방국들이 심각하게 판단을 유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들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미국과 유대 관계가 깊은 영연방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지난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시카고대가 함께 진행한 경제학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마찬가지 기류가 감지된다.

학자들은 팬데믹 극복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함께, 물가와 고용이 상당히 연준 기준을 웃돌 것으로도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의 3분의 2는 내후년인 2023년 말까지도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0% 정도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내후년 말 1.5% 수준으로 예상했다. 또 연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르고 과감한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존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여지가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6%대 물가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1~2분기 정도 더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수 있어도, 물가 급등세는 이미 정점에 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문제가 현재까지의 우려보다 다소 안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곳은 또 있다. 미국의 전문가 집단인 FHN파이낸셜은 "오는 2024년 12월까지 기준금리는 1.25% 이하에서 굳어질 수 있다"며 물가와 금리 향방을 추정했다.

연방준비제도가 근래 매파 발언을 연달아 내놓긴 했지만, 14~15일 사이의 FOMC 회의에서 방향성 좌표가 신중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찍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결정에서 고려할 여지는 더욱 많아진다.

◇ 韓, 앞서 '선제적 인상' 여유 공간 활용해 금리 방향성 저울질할 때  

우선 유념할 요소는 한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다. 호주와 캐나다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부담이 작은 편이었고, 이 전제에서 어떤 금리 정책을 구사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는 있지만 한국경제의 경우는 세계경제와 다르게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한은도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결정 요소로 고려는 했겠지만, 중요한 결정 사항이 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리의 신중한 인상론, 1월 기준금리 쉬어가기 가능성에 대한 근거를 짚은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1월에 인상 카드를 써 버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년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0.25% 더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는 1.25%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올해 두 차례 선제적 인상을 단행해 지금 1.0%선인 상황에서, 1월 인상을 택하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정상화 카드'를 모두 쓰는 셈이 된다.

앞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 수단을 활용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김소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는 경우에 따라 급하게 내릴 수는 있어도, 올릴 경우 그와 같은 폭으로 빨리 올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경우 부동산 문제나 저소득층 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라도 신중하고 느린 점진적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아일보] 임혜현 기자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