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⑤ 보험·플랫폼 제휴, 의료계 동참 물꼬
[갈 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⑤ 보험·플랫폼 제휴, 의료계 동참 물꼬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2.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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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플랫폼·병원 제휴 통해 서류 없는 청구 서비스 제공
일부 보험사·병원 등 활용 제한…작년 실손청구건 중 약 0.11%
(왼쪽)레몬헬스케어 '청구의 신', 메디블록 '메디패스' (사진=각 앱 화면 캡처)
(왼쪽)레몬헬스케어 '청구의 신', 메디블록 '메디패스' (사진=각 앱 화면 캡처)

[편집자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금융환경은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 넘게 공전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 보험 소비자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세상 참 좋아졌네요, 엄청 간편하고 전송도, 보험금도 빨리 입금됐어요", "이렇게 편할 수도 있나 싶네요, 서류가 어떻게 병원에서 보험사로 전달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용자는 아무것도 할 게 없네요", "언제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바로 찾아서 청구해 주네요"

위 사례는 최근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보험금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헬스케어 플랫폼 레몬헬스케어 '청구의 신' 앱 평가다.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이 12년째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보험업계와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 손을 맞잡은 결과다. 더욱이 의료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기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보험금 청구 전산화 물꼬를 틔웠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이 되고 있다. 

5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레몬헬스케어·지앤넷·메디블록 등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을 통한 청구 전산화 건수는 지난 2019년 3452건에서 올해 10월까지 4만4596건으로 약 13배 늘었다. 

앞서 KB손해보험은 지난 2018년 3월 세브란스병원·레몬헬스케어와 3자 업무협약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바로청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최초 보험금 청구 전산화 플랫폼을 오픈한 레몬헬스케어의 경우, 지난 7월 기준 국내 38개 손해·생명보험사에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연계된 병원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수도권 31개를 포함한 56개다. 

이밖에도 지앤넷·메디블록 등의 기업이 자체 앱을 통해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데이터 중계를 하고 있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4대 은행과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 등을 통해서도 서류가 필요 없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이 12년째 제자리걸음 중인 상황에서도 대형 의료기관과 보험사  중심으로 고객 편의와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와 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헬스케어 플랫폼과 제휴해 청구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했다"면서 "보험금 청구 전산화에 대한 법제화를 기대하며 사전 대응 시스템 구축하는 등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계 동참 물꼬텄지만, 갈 길 멀어...

의료계가 12년째 보험업법 개정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이 참여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참여 병원은 의료계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과 효율적인 업무 개선을 위해 전산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제 지난 2018년 7월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국립암센터, 서울 삼육병원 등 의료기관은 데이터 전송방식 표준화, 보험회사 참여 확대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의료기관 내 불필요한 종이 서류 사용 및 발급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진료비 수납을 위해 의료기관이 나서 보험사와 보험금 전산화를 추진한 것.

의료기관은 청구 전산화 서비스 도입을 통해 대량의 종이문서 생산에 따른 업무부담을 낮춰 원무과 본연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등 종이 문서 기반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전환하면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소비자의 실손보험금 청구 편의를 위해 헬스케어 플랫폼 등과 개별적인 제휴를 맺고 자체적으로 청구 전산화를 추진해 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전체 동참과 함께 법 개정이 뒤따라야한다는 지적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청구 전산화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건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병·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나,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해 청구 전산화 활용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면서 "특히, 별도의 중계기관 및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민간 자율적으로 다수의 사업자가 다양한 방식의 전자문서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사업자의 사정으로 인한 서비스 종료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혼란과 민원의 우려도 있다. 또한,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간의 중복시스템 구축 및 운영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의 증가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손해보험사 보험금 청구건 중에서 약 0.11%만 청구 전산화로 접수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당 보험사 가입자가 제휴 병원을 통한 보험금 청구 전산화 실효성이 얼마나 클지 의문"이라며 "특히, 실손보험은 약 3900만명이 가입하고 있는데 청구 전산화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으려면 전국에 있는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모두 전산청구에 참여해야 한다. 결국 청구 전산화 제도를 위한 정부 당국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