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나는 동학개미…'컴백홈' 쉽지 않아
해외로 떠나는 동학개미…'컴백홈' 쉽지 않아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1.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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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증권 보유액 느는데 국내 증시는 1년만에 '팔자' 행진
국내 12개월 예상 EPS 하락세 지속…내년초까지 부진 예상
29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29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역시 국내 기업실적 전망치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외화증권(주식·채권) 보유 잔액은 1021억3100만달러(약 121조8933억원)에 달했다. 올해 3분기 말 대비 14%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달 초부터 26일까지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테슬라로, 투자자들은 이를 5억6638만달러 가량 사들였다. 이어 엔비디아(4억1893만달러)와 리비안(2억6028만달러), 메타(2억4754만달러)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6일까지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19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투자자가 순매도세로 전환한 것은 작년 11월(2조1248억원) 이후 1년 만이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1조3131억원)와 삼성전자(9873억원)를 가장 많이 팔았다. 이어 크래프톤(5854억원)과 카카오게임즈(5508억원), 카카오(5060억원) 등 IT·게임주 순으로 많은 매도물량이 나왔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개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돌아오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국내 기업실적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 개인투자자의 순매도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수출국이라 경기 흐름이 좋으면 주식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아서 개인들이 우리나라 증시로 돌아올 유인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년도 역시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그런 흐름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글로벌 평균과 달리 8월 말을 고점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연말·연초까지 한국 증시의 부진은 연장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증시 역시 고점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지난 26일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2%대 급락했지만, 이전까지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장을 지속해왔다.

김세헌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어닝시즌으로 인한 호재성 재료가 부각되면서 상승 모멘텀이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어닝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내달 FOMC에서 나타날 통화정책이 다음으로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연준위원들이 매파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는 점이 미국증시에 경계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주식에 분할매수 하는 것은 분산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긍정적인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내달 중 FOMC 등으로 인한 노이즈는 있을 수 있으며,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역시 단기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국면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역시 지수 대응보단 업종별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연구원은 "최근까지의 미국 증시는 유동성으로 인해 상승했으므로, 지금보다 장이 더 상승할 순 없다"며 "다만 업종별로는 개별적으로 상승 기회를 찾아볼 수 있는 미 증시 내 종목이 조정을 받을 때 매수하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