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시민 발길 뜸한 전두환 빈소…5일간 가족장
정재계‧시민 발길 뜸한 전두환 빈소…5일간 가족장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11.24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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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입관식‧27일 발인…국립묘지 안장 될수 없어
사과 없는 사망에 싸늘한 여론…정치권도 발길 '뚝'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조문 이틀째인 24일도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은 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인이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죄 없이 생을 마감하면서 여론도, 정치권도 싸늘한 모습이다.

부인 이순자 씨를 비롯한 유족이 지키고 있는 빈소에는 전날 5공 인사들만 모습을 드러냈다. 전씨의 측근이자 5공 2인자로 거론되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이외에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어 빈소 방문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때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빈소를 조문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도 조문하지 않을 예정이며,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조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이준석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근조 화환을 보냈다.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과오와 상처를 남긴 전 전 대통령은 사과 없이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는 유언을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유족 측은 2017년 출간한 회고록 3권 648쪽에 남긴 글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설명했다.

‘글을 마치며’라는 소제가 달린 글을 통해 “건강한 눈으로 맑은 정신으로 통일을 이룬 빛나는 조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그 전에 내 생이 끝난다면, 북녘땅이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 날을 맞고 싶다”고 적혀있다.

그가 사과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 경제단체들도 외면하는 모습이다.

광주 시민단체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자신의 권력과 이권을 위해 시민들을 학살하고 반대자들을 감옥에 가둔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히 잠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부끄러움"이라며 "오히려 끝까지 사죄와 일말의 뉘우침 없이 생을 마감한 학살자로 인해 발생한 폐해를 공동체에 널리 알리고, 기록·교육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례는 국가장이 아닌 5일간의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25일 오전 10시 입관식은 불교식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7일 오전 8시다.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