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연말 미국증시…기업이익↓·물가↑ '이중고'
힘 빠지는 연말 미국증시…기업이익↓·물가↑ '이중고'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1.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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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대 지수, 8일 고점 찍은 이후 소폭 하락세
경제지표 약화에 기업실적 상승세 하향 조정
최근 한 달간 S&P500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최근 한 달간 S&P500 주가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이달 초까지 상승 랠리를 펼쳤던 미국 3대 지수에 제동이 걸렸다. 현지 기업 실적의 상승세가 약화하고 있는 데다가, 물가 상방 압력이 해소되지 못하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미국 증시 역시 약세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9.08p(0.50%) 오른 3만6100.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3.58p(0.72%) 상승한 4682.8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6.68p(1.00%) 상승한 1만5860.96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들 지수는 지난 8일 종가 기준 고점을 달성한 이후 소폭 하락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8일 종가 대비 0.9% 0.4%, 0.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 증시의 부진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우선 미국 경제 지표가 약화하면서 기업실적 상승세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킷에서 집계한 미국 10월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2.3pt 하락했고,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 기준으로는 0.3pt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SM 제조업 지수는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이었으나, 선행지표를 보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태"라며 "10월 ISM '신규주문-재고 지수'는 전월 11.1pt에서 2.8pt로 급락했는데, 작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진한 경제지표와 함께 증시 이익지표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2022년 연간 주당순이익(EPS) 증감률은 MSCI 기준 +7.4%로 예상되고 있는데, 1개월 전 +8.3%, 3개월 전 +8.8%에서 순차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업이익이 증가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올해 4분기 기업 실적이 전년 대비 20%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내년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 자체에 낙관적인 심리는 크지 않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단기적인 이벤트로 인한 등락이 크다. 연말까지 하락 요인에 민감한 시장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등하는 물가 역시 미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6.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990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자 전망치인 5.9%도 크게 상회한 수치다. 최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물가를 지속해서 끌어올렸고,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물가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노동 시장의 구조적인 회복세가 아직 더디게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은 단기적으로 쉽게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호재보다는 악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물가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확산시키며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산업재·소비재·소재 전반에서 공급망 차질과 원가 상승 부담에 직면해 있음이 확인된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확장적 기조를 재차 강조했긴 했지만, 성명서에서는 인플레이션 문구 변화가 확인됐고 내년도 금리 인상 시장 예측치도 2회로 변경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랠리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기보다 인플레이션 민감도가 낮거나 빅테크·금융·에너지·배당 등 수혜가 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