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中 사이서 '줄타기 외교'…공급망 회의 미묘한 기류
韓, 美中 사이서 '줄타기 외교'…공급망 회의 미묘한 기류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1.11.01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든 연일 中 향한 공세 높여… "더러운 중국 철강"
中 "美, 韓 팀으로 끌어들여… 적시에 분명한 신호를"
(로마=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1.11.1 jjaeck9@yna.co.kr (끝)
문재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제 사회 흐름은 '신 냉전체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으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위해 방문한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글로벌 공급망 회복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인도,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등 14개 단일 국가와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했다.

회의는 외면상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수면 위로 올라온 공급망 난맥 문제를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 풀어가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한꺼풀 벗겨보면 사실상 '중국 배제'라는 미국의 대중정책 일환이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미국이 주지하는 '공급망 회복'이란 중국을 배제한 자체적 공급망 형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옥죄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도 참석한 정상들에게 "우리 공급망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노동자의 존엄성과 목소리를 지원하고, 우리의 기후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지속가능해야 한다"면서 "공급망 회복력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전세계 노동자들이 상품의 흐름을 가능하게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제노동'을 언급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주지해 동맹을 재확인하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EU는 이날 양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해소하는 동시에 탄소 집약도,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할 글로벌 합의를 위한 최초 협상에 나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한 약식 회견에서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고, 우리 시장에 철강을 덤핑(경영상 수지나 손익 등을 무시하고 상품을 싼 값에 파는 일)해 우리 노동자들과 산업, 환경에 크게 피해를 준 나라들에 맞서게 할 것"이라고 중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위협과 글로벌 시장 왜곡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며 관심 있는 나라는 어디든지 참여의 문이 개방돼 있다며 '동맹'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과 EU가 철강 관세 합의를 도출하면서 국내 철강 수출 시장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1일 즉시 미국과 협상 테이블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산업부 담당 국장급을 워싱턴 D.C에 파견, 미 무역대표부(USTR) 및 상무부와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미국 측의 '동맹 역할론' 압박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미국의 거센 압박에 중국 역시 불쾌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의 무게추가 '미국'에 쏠려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같은 날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함으로써 한국을 팀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중국 억지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한미의 군사 협력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미국과 한국에 적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하며 싸움을 위한 필요한 수단을 취하고, 그들이 중국과 관련해 협력하는 부담을 가중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참석한 G20 정상회의에서 "이너서클(소그룹)을 만들거나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는 것은 기술혁신에는 백해무익"이라고 미국을 겨냥했다.

우리나라는 중용의 자세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수행 목적으로 찾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마련된 한중 외교장관회담 자리에서 한달 전 회담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한중 양자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같은달 31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30여분 간 회담을 진행해 양국간 접촉면을 넓혔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