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직접 토론 나와 주장 펼치라…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
MBC "생방송 40분 남겨두고" 李 "약속 지키지 못 해 죄송"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언론중재법을 주제로 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TV토론에 불참한 것을 두고 1일 정치권에서는 여진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TV토론 노쇼를 맹공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TV토론을 막는 당내 보수적인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렇게 언론중재법이 문제가 있다면 직접 토론에 나와서 여러분의 주장을 당당히 펼쳐달라"고 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사상 초유의 생방송 40분 전 펑크는 충격적인 농락"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젊은 당대표께서 송 대표와 국민적 관심사인 토론을 하는데 (이 대표 주변에서) 혹시나 물가에 아이 내놓는 것처럼 걱정이 됐는지 토론회에 나가지 말라고 몰아붙였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의 '동물의 왕국' 발언이 논란이 됐다.
앞서 전날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 대표는 전날 생방송을 단 40여 분 앞두고 토론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제작진에 최종 통보했다"며 "심지어 방송 공백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나 틀면 된다고 답했다. 거대 공당의 대표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오만한 행태는 방송사 제작진을 상대로 한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청자들 앞에 진심을 담아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언론중재법 협상을 진행하던 지난달 30일 오후 '100분 토론 출연을 취소하면 MBC는 뭘 방송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담조로 "동물의 왕국. 여의도에 송영길이라는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협상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토론 불발로 판을 키워야지'라고 언급한 데 이어 토론 무산 시 무엇을 내보내야 하냐는 질문에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답변했다. 생각해보니 동물의 왕국은 (방송이 예정됐던) MBC가 아니고 KBS(프로그램)인데 참 재미있는 대답"이라고 꼬집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MBC '100분 토론'에 불참한 데 대해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시청자와 방송사와의 약속을 오롯이 지키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헌법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어제의 이준석 대표는 '100분 토론'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연히 저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저항하는 우리 당 의원님들의 무제한 토론보다 100분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잠정합의안이 나오기 전까지 민주당 내 분위기는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국회에서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토론 불참에 사과드린다"며 "우리 당은 언론재갈법에 맞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MBC노조의 노력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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