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 사저에서 괴한에 피살…정국 혼란 속 계엄령 선포
아이티 대통령, 사저에서 괴한에 피살…정국 혼란 속 계엄령 선포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1.07.0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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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피격…"안정적이지만 심각한 상태"
조제프 총리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국제사회 애도 물결
7일 피살된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7일 피살된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53)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을 맞고 살해됐다.

아이티 당국은 전역에 계엄령을 선언하고 군과 경찰에 의한 통제 강화에 나섰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클로드 조제프 아이티 임시 총리는 이날 새벽 1시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이즈 대통령 사저에 괴한들이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고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영부인인 마르틴 모이즈 여사도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보시트 에드몽 미국 주재 아이티 대사는 “모이즈 여사는 안정적이지만 심각한 상태”라며 “미국 마이애미로 후송돼 치료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제프 총리는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아이티 전역에 계엄령을 선언하고 군과 경찰에 의한 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아이티는 2주간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며 포르토프랭스의 국제공항도 폐쇄돼 아이티를 오가는 항공편도 취소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아직 암살의 정황이나 배경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이티 당국은 괴한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제프 총리는 “고도로 훈련되고 중무장한 이들에 의한 매우 조직적인 공격”이었다며 “괴한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의 공용어는 프랑스어와 아이티 크레올어다.

에드몽 주미 아이티 대사 역시 “잘 훈련받은 전문 외국 용병의 소행”이라며 “현장 영상 속에서 괴한들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행세를 했다”고 전했다.

아이티는 인구 1100만명의 작은 국가로 빈곤율이 60%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극심한 정국 혼란과 치안 악화도 겪었다.

빈곤과 범죄 증가에 분노한 시위대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야권은 모이즈 대통령의 임기가 지난 2월 종료됐다고 주장하며 사임을 촉구해왔다. 모이즈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취임했으며, 2018년 예정됐던 의회 선거가 연기된 후엔 의회 없이 대통령령으로 통치하며 야권과 갈등을 빚었다.

또, 9월 대선과 총선, 개헌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어 선거를 앞두고 정국 혼란 악화가 예견돼 있었다.

국제사회도 대통령 피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아이티와 국경을 맞댄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은 모이즈 대통령 사망 소식 발표 직후 국경 폐쇄를 명령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혐오스러운 행위 앞에 모든 아이티 국민이 단결하고 폭력을 배척해달라”며 괴한들의 행위를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회의를 열고 아이티 상황을 논의할 방침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모이즈 대통령과 아이티 국민에 애도를 표시했다.

그는 “모이즈 대통령에 대한 끔찍한 암살과 영부인에 대한 공격 소식에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다”며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규탄하며, 영부인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혐오스러운 암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모이즈 대통령은 바나나 수출업 등에 종사한 사업가 출신으로 지난 2017년 2월 아이티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