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유공자·보훈가족 국빈급 예우… 6·25 대북 메시지 주목
文, 유공자·보훈가족 국빈급 예우… 6·25 대북 메시지 주목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6.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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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71주년 하루 앞두고 유공자·보훈가족 50명 초청
"애국은 대한민국 뿌리… 참화 이겨내 자유 지킬 힘 키워"
北 언급 안 했지만 외신서 김정은 극찬… 6·25 기념사 주목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행사에 참석자들이 국산 친환경자동차를 타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행사에 참석자들이 국산 친환경자동차를 타고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 71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국가유공자·보훈가족 50명을 청와대로 초청하고, 국빈급 예우로 감사를 표했다. 최근 "남북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북한에는 어떤 전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 내외와 16개 보훈단체 회원, 서해 수호용사 유가족, 모범 국가보훈대상 수상자, 국가보훈처장 등 정부 관계자를 포함해 총 70여명이 자리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선 현대자동차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수소·전기 차량을 지원해 오찬 참석자 집결지 전쟁기념관에서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국빈급에 준하는 의전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호기 개방과 경호처·경찰 에스코트(호위)가 있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영빈관 앞에선 국방부 전통악대의 취타 연주와 함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참석자를 직접 영접해 예를 갖췄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국무총리가 주관하던 모범 국가보훈대상자 훈·포장 수여와 관련해 올해 선정한 정부 포상자 32명 중 4명에게 처음으로 직접 수여함으로써 예우를 격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국빈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여러분을 모셨다"며 "애국은 대한민국의 뿌리이고, 우리는 언제나 국난 앞에서 애국으로 단합했고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의 참화에 함께 맞서고 이겨내며,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났다"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킬 힘을 키웠고, 평화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거론하면서 "회의에 참석한 열한 나라 가운데 아홉 나라가 한국전쟁 당시 우릴 도왔던 나라였다"며 "전쟁과 전후 복구에 피와 땀을 흘려준 나라와 대한민국이 나란히 인류 공동의 과제를 논의했다"고 소회했다.

문 대통령은 덧붙여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해마다 보훈 예산을 늘려 올해 5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끝까지 최상의 예우를 다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되려 "애국은 가난을 이기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일어서는 바탕이 됐다"며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내는 용기가 됐다"고 박정희·전두환 정권을 복기시킬 만한 발언을 꺼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관련 언급을 피한 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체제 후 대북관계 새 판짜기를 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유공자와 유족에게 아픔을 최대한 상기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타임지와의 화상 대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정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 우리의 평화는 매우 깨지기 쉬운 평화이고,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북한을 도발하지 않으려는 것이란 걸 방증하는 대목이란 평가다.

다만 다음날이 한국전쟁 71주년이란 점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전언을 내놓을지는 정치권과 외교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기념 행사에선 147명 용사 유해를 전달 받으면서 북한을 향해 "우리 체제를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또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