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통·민심경청 보고회서 '조국 사태' 공식 사과
오거돈·박원순 성추문도 사과… 당내 일부 반발 변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이른바 '조국 사태'와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반성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사과했다.
국론 분열과 재보궐 선거 참패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조국 사태'에 대해 여당 대표가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대표는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들이 과연 자기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송 대표는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 스펙 쌓기를 해 주는 것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더라도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해 융단폭격을 해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 대표는 야권 차기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의 이번 사과는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돌출한 '조국 이슈'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송 대표가 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사과를 한 가운데, 당내 반발도 이어지고 있어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김용민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이미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충분히 사과했고, 민주당이 나서서 사과할 부분은 아니다"며 "오히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상급자를 희생양 삼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송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는 등의 강력한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날 송 대표는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사과입장을 밝혔다.
그는 "권력형 성비위 사건에 단호히 대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무책임함으로 인해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도 깊은 상처와 실망을 남긴 점 두고두고 속죄해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피해자 측 의견을 청취해 향후 민주당에서 취해야 할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서도 의논드리겠다"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송 대표의 사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조국의 시간'에는 물론 그 이전에도 저는 같은 취지의 사과를 여러 번 했다"면서 "민주당은 이제 저를 잊고 부동산, 민생, 검찰, 언론 등 개혁 작업에 매진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저를 밟고 전진하라"며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 방어와 상처 치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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