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협력 요청한다더니'… 靑 "내일 벌어질 텐데 오늘 요청하는 건…"
'백신 협력 요청한다더니'… 靑 "내일 벌어질 텐데 오늘 요청하는 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5.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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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만난 문 대통령, 서로 원론적 얘기만… 성과 의구심
文, 펠로시 "아베에 위안부 수차례 언급" 말에도 '묵묵부답'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언론이 앞서 나가면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한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이 순간부터는 확정·추측 기사를 참아주실 것을 당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18일 '한반도 완전 비핵화 공동성명에 들어가느냐' 등 질문에 대해 "코로나 때문에 긴박하고, 협의할 사안이 많아 구체적 시간을 못 정했다"고 답했다. 특히 성명에 대해선 "이 시간에도 협의 중에 있다"며 "협상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앞질러가지 말길 바란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열 번째이자, 국가원수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대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한편 대북 정책을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 대화를 복원하고 평화 협력의 발걸음을 다시 내딛기 위한 길을 찾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의 기대감과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업체가 발표한 5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9명 대상)를 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지난 조사 대비 3%p 하락했다. 다만 부정평가 비율도 전주 56%에서 2%p 내렸다. (이번 조사 응답률 27.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성과가 있을지 여부에도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2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등을 만났지만, '민주주의·한미동맹' 등을 거론하는 등 원론적인 대화만 오갔다.

심지어 펠로시 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2007년 미국 하원에 위안부 결의를 낸 바 있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수차례 관련 언급을 했다"며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시 언급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원에서 백신 협력을 당부한다고 했는데, 모두발언에는 백신에 대한 내용은 없다. 백신 협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원에 요청한 부분이 있느냐' 물었지만 "백신은 내일 행사가 집중돼 있다"며 "내일 행사(정상회담)가 벌어질 텐데 오늘 요청하는 것은"이라고 일축했다.

또 "대북전단법은 오늘 일정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고, 덧붙여 하원에선 교류 확대 관련해 어떤 말을 했는지 묻자 "평이한 얘기들"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미국 의회는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인류 모두의 의회"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제와 문화에서, 그리고 방역에서도 발전된 나라가 된 것 역시 민주주의의 힘"이라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바탕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고, 한국이 어려울 때 언제나 함께해 준 미 의회의 신뢰와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코로나 극복, 글로벌(세계적)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미 의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펠로시 의장은 "의회를 대표해 대통령의 방미를 초당적으로 환영하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인사하면서 "한미 간 뿐 아니라 남북 간에도 국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