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빚내서 집 사라?…LTV 확대 '가시화'
'도로' 빚내서 집 사라?…LTV 확대 '가시화'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1.05.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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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취임 이후 확대 폭 늘어날 가능성↑
90%는 '비현실적'…60~70% 수준 전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지난 정부의 주택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했던 '빚내서 집 사라'가 문재인 정부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새롭게 당선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집값의 90%까지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 90%는 현실성 '제로'라며, 현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LTV 70%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만큼, 그 이상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통해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중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완화는 내 집 마련 수요자와 직결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데 부담이 되는 부분에 대한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LTV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최대 40%로 축소됐다. 다만, 집값과 소득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10%p를 가산해준다.

민주당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LTV 우대율을 10%p 더 늘리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LTV는 투기과열지구에서 6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70%까지 늘어난다. 이는 박근혜 정권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내놨다. '빚내서 집사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정책을 통해 LTV는 기존 50%에서 70%로 완화됐고, DTI도 50%에서 60%로 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 정부와 여당은 대출규제 완화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규제를 강화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완화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특히 전당대회 기간 LTV를 9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송영길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대출규제 완화 폭은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송 대표 주장대로 집값의 10%만으로 집을 살 경우, 금리 인상이나 집값 하락 등으로 인한 변동성에 보다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TV 90% 확대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며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발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공감했다. 다만, 완화 폭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전 정부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60~70% 정도로 LTV 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출완화가 자칫 부동산 투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기존 주택보다는 3기 신도시 등 신규 분양으로 한정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기존 주택보다는 3기 신도시 등 신규 분양을 받을 때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청년층에 대해 LTV를 상향해주는 쪽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조건을 아주 엄격하게 하면 대출규제 완화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규제를 완화하되, 대상 아파트값이나 소득 요건 등 적용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남정호 기자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