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민연금, 매도 줄여도 장기적 증시 상승 효과 미미"
전문가 "국민연금, 매도 줄여도 장기적 증시 상승 효과 미미"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04.1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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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증시 상관관계 약해…'코로나발 경제 상황' 더 중요
투자 포트폴리오 바꾸더라도 여론보다 '수익성' 우선 해야
서울시 서대문구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대문구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신아일보DB)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세 축소가 국내 증시의 일시적 상승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인 상향 기조를 이끌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봤다. 연기금과 증시 방향성 간 상관관계가 약하고, 기본적인 증시의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 속 경제적 여건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불거진 연기금 매도세 논란에 대해서는 연기금이 경제적 상황에 맞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은 맞지만, 여론을 의식하기보다 장기적인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지난 9일 올해 4차 회의를 통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기금위는 전략적 자산운용(SAA)상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목표치(16.8%) 대비 ±2.0%에서 ±3.0%로 넓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은 SAA 범위를 넘기지 않기 위한 매도세를 기존보다 줄일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의 이런 결정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과매도' 논란이 일며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진 데 따라 이뤄졌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이 2025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15%로 줄이고,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35%로 늘릴 것이란 목표에 대해 비난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이웃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의 자국 주식 투자 비중이 25.28%로 해외 비중 25.36%와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최근 코스피는 지난 1월 연고점인 3266.23을 기록한 이후 몇 달간 등락하며 박스권에 갇혀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매도세를 줄이면 이것이 주식시장을 일시적으로 띄울 수 있지만, 장기적 우상향 기조로 이끄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연기금과 증시 방향성 간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주체별 순매수 시 코스피 상승 확률. (자료=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34번 상승 마감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순매수할 경우 코스피 상승 확률은 91.2%에 달했지만 연기금이 순매수할 경우 코스피 상승확률은 2.9%에 그쳤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연기금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결정이 수급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지수 레벨 상승과 연관성이 높은 주체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증시 방향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수급보다는 경제적인 여건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도 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매도 규모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국민연금의 매도세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주가의 추가 상승을 이끌 여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보다는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경제 여건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비중 조정이 특정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할 수는 있지만, 그 조정이 특정 주주들에 의해 이뤄지는 건 부적절하다"며 "국민연금은 단순히 가격 측면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측면에서 투자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이 다른 연기금들의 투자 비중 결정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빈기범 교수는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주식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 상황인데,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여타 연기금들도 여론에 휩쓸려 투자 비중을 조정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