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安 단일화 초읽기… 22~23일 여론조사 실시
吳-安 단일화 초읽기… 22~23일 여론조사 실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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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100%·경쟁력+적합도 조사... 단일화 진통 지지층 피로도 유발
"컨벤션 효과 없고 반사이익만"… 진중권 "유권자들 등신 아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각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각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진통 끝에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했다.

두 후보는 지난 19일 밤 직접 만나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25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끝내자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범야권 단일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선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여론조사 실시하고, 무선전화(휴대전화100%)만을 대상으로 '경쟁력'과 '적합도'를 조사해 합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각 여론조사 기관마다 1600명씩 적합도(800명)와 경쟁력(800명)을 조사해 2개 기관의 결과(총 3200명 표본)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21일 오 후보는 20·30대 유권자를 겨냥해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거리에서 유세에 나섰고, 같은 날 안 후보는 서울 금천구의 한 노후 아파트를 방문해 재건축 정책 등을 부각하고 나서는 등 각자 일정에 들어갔다. 서울시장 적임자를 자처하기 위한 행보다.

다만 단일화로 인한 '컨벤션 효과(정치 행사 후 지지율 상승 현상)'가 있을진 의문이다. 지지율이 상승하고, 당선되더라도 컨벤션 효과가 아닌 여권에 대한 반사이익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주를 이룬다.

이전부터 정치권과 평론가 사이에선 두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결국 연합해 대응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통상 정치권에서 큰 행사가 열리거나, 정계 인사 간 극적 합의가 있을 때마다 여론에선 희열감이 작용하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와 불경기 등 악재로 정치 행사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야권 후보 단일화 진통으로 피로도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보는 더불어민주당에도 공세 빌미를 내주고 있다. 신영대 대변인은 야권 단일화 논의를 두고 "두 후보는 이제는 '서로의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양보 경쟁한다"며 "이번 재보선이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분신)'로 평가 받던 두 후보의 정치 희화화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행 사건으로 여당에 대한 반감이 더욱 크기 때문에 야권이 이에 비례해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지만, 야권 두 후보는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다가 돌연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당초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은 이미 물 건너갔고, 야권 지지층에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역시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서로 양보를 했다는데 협상은 제자리"라며 "이 사람들이 유권자를 등신으로 아는지"라고 고언하기도 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신아일보>와의 대화에서 "(보수진영이) 서울에서 여덞 번의 선거에서 졌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이라고 지적을 내놨다. 보수권은 지난 2011년 박 전 시장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뺏긴 후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7대 지선, 2020년 21대 총선까지 서울에서 사실상 총 8연패했다.

이같은 이유는 보수 공당의 실책에 더해 서울에선 호남 출신 인구가 가장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있는 서울 인구를 출생지별로 살펴보면 현지 태생이 47.9%다. 이어 호남 14.8%, 영남 12.7%, 인천·경기 94.%, 충청 9.3% 등 순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서울시 인구의 구성 비율을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호남 지역"이라며 보선을 6개월 앞뒀던 지난해 10월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호남 구애에 나선 바 있다.

한국 정치는 지역 색채가 강하고, 이같은 성향이 정치판에서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현재 야권 지지율은 진보 지지층이 여권을 향해 든 '회초리'로 볼 수 있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야권 두 후보의 단일화 후 컨벤션 효과가 있을진 미지수로 남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