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반나절간의 대형 정치 행사… 문 대통령, 윤석열·신현수와 결별
[이슈분석] 반나절간의 대형 정치 행사… 문 대통령, 윤석열·신현수와 결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0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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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윤 총장 사의 곧장 수용… 55분 후 민정수석 교체 발표
검찰 충성적 인사 청산… 오전 재보선 후보 선발한 야당 시선 뺏겨
(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4일 임명된 김진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전임 신현수 수석과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검찰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4일 임명된 김진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왼쪽)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전임 신현수 수석과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하면서 정권 교체 때부터 이어진 윤 총장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도 청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역시 이날 곧바로 윤 총장 사의를 수용하고, 민정수석을 신현수 수석에서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교체하면서 검찰 조직에 충성적 성향을 보이는 인사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4·7 재·보궐 선거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권력기관 개편에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사의를 수용했다"고 알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사의 수용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제청이 필요한데, 어떤 절차로 진행했느냐' 묻자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 수리와 관련한 절차는 앞으로 행정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후임 인사와 관련해선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를 밟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활동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곧바로 윤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고, 지난 2019년 7월부터는 검찰 수장직을 맡겼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임명 당시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특별히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윤 총장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일가족 비위 논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며 정치 현안을 파고들자 여권에선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윤 총장은 '검찰개혁'의 상징에서 '정권반대'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본격적인 여권의 눈엣가시로 전락했다. 국정감사 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했던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과 언성을 높이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불화에 대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또는 문민 통제를 하기 위한 갈등이 때때로 생길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은 민주주의의 일반적인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윤 총장 발탁은 실패로 귀결했다.

윤 총장 사퇴설이 돌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꾀하던 여당은 당초 이달 초 내놓겠단 법안 발의 시점을 늦추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오기형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전체회의 후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충분히 여러 과정을 통해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돈된 상태에서 법안 발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를 공개적으로 반발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4·7 재·보궐 선거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나아가 차기 대통령 선거 선호도 부분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윤 총장에게 정치 참여 명분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단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이번 사의표명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재보선을 한 달여 앞둔 여당은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 교체로 정국은 주도권은 어디로 흐를지 다시 미지수로 남았다.

청와대는 오후 3시 15분 있었던 정 수석 회견 후 55분만인 4시 10분에 인사를 발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김진국 전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인선한단 내용이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에선 처음으로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 법무부와 검찰 간 중재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신 수석을 '패싱(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수석은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문재인 정부와의 손절을 택했다.

정 수석과 함께 회견장을 찾은 신 수석은 김 신임 수석을 직접 소개했는데 "국정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소통하는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법무·검찰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수석은 그러면서 "여러 가지로 능력이 부족해 이렇게 떠난다"고 덧붙였다.

하루 반나절 만에 있었던 대형 정치 행사에 야당의 시선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권과 대척점에 섰지만, 여권의 압박은 더 거세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윤 총장이 정치 전면에 부상하면서 여권과 정면 대결을 이어갈 경우 재보선은 물론 대선판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높지만, 이명박·박근혜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을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강성 보수 지지층의 거부감도 상당한 실정이다.

특히 이날 오전 당내 재보선 최종 후보를 선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국민의힘은 오후 윤 총장 사퇴와 청와대 인사로 시선을 뺏겼다. 재보선이 본궤도에 달할 때까지 흥행세를 이어가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