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콜센터, '직고용' 요구하며 파업…공단은 '수수방관'
건보공단 콜센터, '직고용' 요구하며 파업…공단은 '수수방관'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1.02.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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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불편 가중에도 복지부·공단 뜬구름 잡듯 '한가한 해명'
전문가 "정부 정책의지 퇴색…타 기관과 동일 기준 마련해야"
건보공단 고객센터노동조합이 지난 1일 강원도 원주시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했다. (사진=고객센터지부)
건보공단 고객센터노동조합이 지난 1일 강원도 원주시 건보공단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했다. (사진=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

전국민을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사흘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건보공단에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계속된 파업에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건보공단의 해결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건보공단은 상담사 처우 개선을 위해 협력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상담사들과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은 전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밀어부치던 정부 의지가 퇴색되며, 공공기관들 역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이하 고객센터지부)는 지난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고용을 요구하며 사흘째 파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파업참가 60%, 사흘째 업무 공백…2019년 한차례 대화 결렬 후 갈등은 진행형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민간위탁업체로 운영되며, 전국 12개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는 총 1600여 명이다. 이번에 파업에 참여한 상담사는 940여 명으로 전체 상담사의 60%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3단계로 진행 중이다. 1단계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공기업, 지자체 비정규직이 대상이고,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과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다. 3단계는 민간위탁 사업으로,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3단계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3단계에 해당하는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민간위탁이 1·2단계와 달리 법령 근거와 자치분권, 사무 다양성 등으로 인해 일률적 기준 설정과 구속력 있는 지침 시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책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은 민간위탁 사무의 타당성을 점검해 현행방식을 유지할지,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 공공기관은 협의체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 결정 여부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건보공단은 지난 2019년 고객센터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러나, 단 한 차례 회의만 진행하고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김숙영 건보공단 고객센터지부장은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심평원과 근로복지공단, 국민연금공단 등 상담센터는 이미 직고용을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 상담 품질이 고르게 유지될 수 있도록 건보공단에 직고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타 기관보다 많은 고객센터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것을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타 기관보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인원이 많아 정규직 전환 후 인건비를 다시 산정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지침도 중요하지만, 건보공단 내부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도 있어 건보공단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협의체 운영과 관련해 "지난 2019년 협의체에서 한 차례 논의한 후 결론을 내기 위해 추가적인 회의를 진행하려 했지만, 작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조만간 다시 모여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민간위탁 정규직화 정부 의지 결여에 기관도 소극적 대응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단계와 2단계를 강도 높게 진행했지만, 3단계에서는 정책 추진 의지를 잃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과 관련해 연구 용역을 진행한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1·2단계는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경영평가 지표에서 불이익을 줬다"며 "3단계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의지는 사라지고 기관에 자율적 선택에 맡기면서 기관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또 "같은 콜센터임에도 국민연금공단은 2단계로 지정돼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건보공단은 3단계로 지정돼 정규직 전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떤 업무나 직무를 하는 데 있어서 동일한 기준을 마련해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객센터지부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국민 불편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에 대해 문의하고 싶어도 상담사 파업으로 인해 전화 연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객센터지부는 건보공단과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건보공단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 대표들을 포함한 협의체를 가동해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건보공단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파업기간 동안 가중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로부터 파업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넘치는 콜은 건보공단 지사 직원들이 직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강은영 기자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