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특집] 정치권, 코로나에 '올스톱'… 진영 대치부터 마침표 찍어야
[2021 신년특집] 정치권, 코로나에 '올스톱'… 진영 대치부터 마침표 찍어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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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앞두고 민생·경제 깜깜… "반 쪽 입법으로 국민 챙기겠나"
코로나 시국 속 효율적 제도 부재… 역설적 상황에 국민 피로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현대화 후 전례 없던 역병의 창궐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일부 선진국에선 백신(항원 의약품)이 시중으로 나가고 있지만, 국가 원수급 지도자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거나 사망했고, 경제는 물론 정치와 외교·문화·일상까지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국내에선 수차례의 대유행을 맞을 때마다 방역 당국을 가장한 가짜 정보가 난무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겼다. 코로나19로부터 민생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나서겠다던 정치권은 되려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마비됐다. 그럼에도 여당은 남 탓으로 일관했고, 야권은 백신 등을 고리로 여론전을 확대하면서 갈등을 유발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의회와 선거, 정책 등 대한민국 정치판도 한 단계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는 1일 신축년을 맞아 포스트(극복 이후)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달라질 정계 상황을 취재·분석했다.

◇여야, 선거공학 총동원… 관건은 결국 '방역·부동산'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은 대한민국에선 지난해 1월부터 마스크와 세정제, 소독제 등 위생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같은 해 2월 중순에 들어선 확진자가 하루 100명 이상씩 속출했고, 메르스 사태 당시 누적 감염자 수를 아득히 초월했다.

국회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 입법기관이 헌정 사상 초유로 세 차례나 폐쇄했고, 여야 지도부는 물론 정계에선 자가격리와 검사를 받는 일이 속출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선 '방역 유세'라는 이례적인 선거운동이 고개를 들었다. 저마다 소독약 통을 메고 악수나 포옹 등 접촉은 지양하는 '조용한 선거' 풍속도를 그렸다. 다만 유권자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전과 홍보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조용하면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의사 면허가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대구에 내려가 직접 의료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4월 7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이같은 광경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 중론이다. 선거 출마 단위가 크고, 소독 방역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총선의 경우 지역별로 보여주기식 열풍이 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는 유세차를 타고 명함을 돌리고 지역별 연설에 나서는 기존 아날로그 선거운동에 무게를 둘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어느 후보가 색다른 선거유세를 펼칠지도 관심을 모은다. 다만 일부 참모진을 중심으로는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공략한 디지털 선거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판세는 보수 야권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투표율 66.2%, 코로나19를 뚫고 4·15 총선에서 투표한 국민의 선택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53개 지역 2900만 유권자 중 163곳이 민주당을 선택했다. 통합당은 84석(미래한국당 포함 103석)을 얻었고, 정의당에선 심상정 대표만 생환했다. 이산집산으로 뭉쳤던 민생당과 극우 성향의 우리공화당은 0석으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압승의 사유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과 대처에 대한 고평가가 기반이 됐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총선 후 여당 당선자 워크숍(모임)에서 "국민이 많은 의석을 줬는데, 그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꼭 예뻐서 찍어준 것은 아니다. 국민이 많은 의석을 민주당에 준 것은 집권 여당이 위기 상황 대응에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고언했다.

실제 대구에서의 확진자 대유행 때만 해도 정부 방역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지휘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구 상주 등으로 경상도 지역 이상으로 퍼지는 것을 저지했다. 이후 당정(정부·여당)는 방역 성공을 자부했고, 국민이 이를 밀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 때는 부정적 인식도 잠들기 시작했다.

이같은 발언과 여러 평가를 종합하면 국민은 방역을 위해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싣었다.

문제는 이같은 감염병이 또 언제 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역병을 때려잡겠다던 정치권은 기관 폐쇄와 방역으로 해야 할 일도 못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하도록 축소됐고, 언론의 취재도 제한됐다. 심지어 민주당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의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막았다.

이런 가운데 당정(여당·정부)은 의과대학 정원 확충 등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난데없이 충돌했고, 59년 만에 한 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땜질 처방'이란 지탄을 받았다. 낮은 집행률도 문제가 됐고, 허구한 현금 살포로 국민 습성만 안 좋아지게 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현재 정부는 자만함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확진자 증가세를 잡지 못하고 있고, 백신 보유 미비 등 논란으로 민심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실정이다. 부동산 문제 역시 해결하지 못해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계층 등 서민은 코로나19 위협 속에서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현금 살포가 아닌 ‘포스트(극복 이후) 코로나’에 대한 정치권의 실질적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4·7 재·보궐 선거에서의 최대 승부수는 민생·방역과 부동산이 될 공산이다. 지난해 말까지의 여론조사를 취합하면 판세는 야권에 미세하게 유리하다. 여당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중 국민의힘이 치고 들어오기 시작했고, 결국 민주당보다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이라고 해서 이렇다 할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세를 쏟긴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모형과 정책 제안으로 여전히 의구심을 부르고 있다. 결국 민심도 야권을 대안 정당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발언을 종합하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은 야권 역시 알고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 선호도에서 상위에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에 앞서 김민석 위원장(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간사,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에 앞서 김민석 위원장(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간사, 국민의힘 강기윤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뒤늦은 언택트 본회의법… 정작 중요한 상임위는

일련의 의견을 취합하면 입법부는 지난해 정쟁으로 지친 국민에게 피로도만 가중시키고, 감염병 대응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관건은 각종 법·제도 전반을 책임지는 국회가 비대면으로라도 원활히 입법의 의무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회의를 개의할 수 있는 의사 정족 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5분의 1인 60명이다. 안건 의결을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이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151명이 본회의장에 출석해야 한다.

또 국회법 110·113조는 '국회의장은 표결할 안건의 제목과 표결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같은 법 111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표결 시 회의장에 있지 않으면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 헌법 개정안 등을 표결할 때의 기명 투표와 국회 내 각종 선거·인사 안건 등을 표결할 때 실시하는 무기명 투표는 투표함을 폐쇄할 때까지 표결에 참가할 수 있다. 최소한의 인원이 기표대에 들어가면 되지만, 일반 안건은 의석에서 단말기로 투표하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이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비대면 국회법'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263인 중 229명의 찬성과 15인의 반대, 19인의 기권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감염병 확산과 천재지변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국회에서의 원격 출석과 비대면 표결이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여러 차례의 '셧다운(폐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입법 공백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원내대표)과 합의해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열 수 있고, 합의한 안건에 대해 표결까지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담았다. 공포 후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효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정했다.

이전까지 국회법은 원격 출석·표결 등 비대면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 시 국회가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여기에서 나아가 여야는 '종이 없는 국회'라는 친환경 입법도 추진 중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해외에선 영국이 '원격 의회' 도입에 가장 앞섰고, 현지 의회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한시적으로 현장에 출석하는 방식과 원격 참여를 모두 인정하는 병행 의사 절차를 지난해 3월부터 도입했다. 영국 하원의 경우 지난해 5월 윤리위원장 선출 등에 처음으로 원격 표결을 활용하면서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게 구현했다.

한국에선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지난해 8월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비대면으로 시범 운영한 이후 각종 토론회 등도 영상으로 활발히 운영 중에 있다.

다만 체제(시스템) 구축과 예산을 고려하면 온라인 본회의까진 상당 시간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입법부의 주요 업무 시스템 중 원격 사용이 가능한 것은 국회 메일과 행정부 자료요구 등이다. 핵심인 법안발의·입법지원·비용추계 등 시스템은 외부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지난해에도 자료 유출 시도로 의심되는 악성코드가 발견돼 국회사무처가 조치한 바 있다. 외부에서 접속이 가능해도 해킹 등 보안 문제가 우려 사안이다.

또 이른 시일 내에 장비와 근거 법 등을 구축하더라도 수차례의 대유행으로 확진 우려나 위험성에 대해 감각이 무뎌진 상황이란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사태가 발발해야 비대면 본회의를 진행할지도 기준이 모호하다.

비대면 국회법을 유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본회의에서의 언택트 표결은 가능해졌지만, 정작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법안 심의를 위한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나 그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비대면으로 가동할 방법이 없다. 근거 법의 부재 때문이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온택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온택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새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뀔 정치권과 유권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지난해 8월 김영춘 당시 국회사무총장은 언택트 시스템 마련을 예고하면서 원격 의결을 위한 전용 기기를 각 의원에게 배부한다는 구상을 알렸다. 김 사무총장은 당시 "인증 받은 보안 기기를 통해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만 약 2억9300만원, 사업 구축 소요 기간은 3개월이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본격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

덧붙여 현재 국회 의원회관에선 보좌진의 비대면 근무가 이뤄지고 있고, 각 의원실은 3분의 1 이상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권고를 지키지 않는 곳이 있고, 의원실 내 불만도 노골적으로 나온다. 보좌진 익명 투고가 실리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코로나 이전과 다를 게 없다, 배지가 백신인 줄 아는 분이 참 많다, 업무 특성이란 구태적 핑계를 대고 있다' 등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내부 사정에 대해선 방역 수칙 권고를 잘 지키지 않음에도 위선적이게도 비대면 운영 체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기 위한 입법에는 관심을 쏟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언택트 관련 법은 300개를 돌파했다. 다만 이 역시 부작용을 예측하거나 세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아직까진 의문이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정치권은 코로나 시국 속에서 진보적 제도를 외치고 있지만, 내면은 보수적인 역설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신아일보> 취재 과정에서 "반 쪽 입법과 애매한 제도, 보수적 근무 형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생을 챙길 수 있겠느냐"며 "속도 겉도 내년에도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결국 보여주기식 입법으로 전락하면서 각종 시스템(체제)이 민생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거사를 앞두고 여당의 현금 살포와 야당의 대여공세 수위는 극에 달할 공산이 크다.

배신과 협상의 부재 우려도 여전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정치권에선 김 전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세운 이유는 시선끌기를 유도하려고 했기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최초의 남한 대통령 북한 방문과 관계 개선 과정에서 걸릴 게 많았기 때문이란 의견이다. 실제 김 전 대통령 임기 후 남북관계에서의 여러 논란이 터져 나왔지만,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현안이 이를 뒷 순위로 밀리게 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게 중론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역시 여러 하자를 덮으려는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정치 전문가 사이에선 전두환 정권 이후 정치판에는 신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치권의 갈등에 국민도 진영 논리에서 나아가 지금은 맹목적이고 맹신적인 성향은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광화문과 시청·여의도·법원 앞 등 입법·사법·행정 최고기관이 있는 곳에는 시위자로 가득하고, 온라인 등 비대면 관계망에선 각종 거짓 정보와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혼돈의 상황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보수 성향을 갖고 있는지, 진보적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객관적 시선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