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송년특집] 민심외면과 당리당략… 정쟁과 갈등 난무
[2020 송년특집] 민심외면과 당리당략… 정쟁과 갈등 난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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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입법독주 '원 구성'으로 시작해 '공수처장 추천'으로 마무리
野, 공세 빌미 많았지만 큰 한 방 없어… 판 흔들기에 혼란 가중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줄 여(與)' 자가 무색할 정도로 여당은 올해 야권을 상대로 내준 것 없이 얻을 것은 모두 얻어갔다. 반면 야당은 말 그대로 재야(在野)에 머물며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국민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국 속에서 갈등을 지켜보며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국민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재·보궐 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리당략을 내세운 저마다의 복잡한 셈법 때문에 정국경색은 갈수록 심화할 공산이 크다.

29일 <신아일보>는 송년을 맞아 올해 정치권 주요 사건을 복기하고 내년 전망을 분석했다.

◇이낙연과 김종인의 재기와 '추풍낙검' 본격화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설치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원내 1·2당은 갈등 상황에서 2020년을 맞았다.

여야는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 정국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에도 몰두하기 시작했고,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을 벌였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개혁보수가 이끄는 새로운보수당과의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여당은 복지에 방점을, 야권은 경제에 무게를 둔 선거 공약을 속속 발표하면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심사에도 열을 올렸다.

검증 부족과 연비제 졸속 입법에 대한 부작용도 속출했다. 여당에선 일부 영입인재가 성폭행·논문조작·부정수급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한국당은 의석 수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 선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맹비난을 쏟은 여당도 이후 '범여권 연합정당'을 명분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상황을 연출했다.

여야의 치열한 선거 대비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권을 수사하던 검찰 지휘부를 포함해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고위 간부 3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을 대거 좌천시켰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 갈등의 서막이 올랐지만, 정치권의 이목은 총선에 쏠린 상태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고 국회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후 정 전 의장의 지역구 서울 종로에서의 출마를 공식화했다.

미래통합당으로 탈바꿈한 정통보수는 외연확장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우기도 했다. 통합당은 또 선거구 획정을 두고 보수 성향의 지역구가 줄어들 양상을 보이자 이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선거를 앞두고 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 폐쇄가 있었다. 또 코로나19가 성행하자 일선에선 소독약을 뿌리고 다니는 '방역 선거운동' 열풍이 불기도 했다. 정계에 복귀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구에서 의료봉사에 나서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보수의 몰락과 독주의 서막… 원 구성 갈등 심화

투표율 66.2%, 코로나19를 뚫고 4·15 총선에서 투표한 국민의 선택은 민주당이었다. 253개 지역 2900만 유권자 중 163곳이 민주당을 선택했다. 통합당은 84석을 얻었고, 정의당에선 심상정 대표만 생환했다. 이산집산으로 뭉쳤던 민생당과 극우 성향의 우리공화당은 0석으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낙연 후보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개표 도중 사퇴를 선언하며 정계를 떠났고, 심재철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다. 혼란에 빠진 통합당은 우여곡절 끝에 '무기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택했다.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한 민주당은 177석으로 독주를 시작했다. 야당 몫이 관행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비롯해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지려 시도했고, 통합당이 가로막자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에 반발해 사찰에 칩거했고, 원내 복귀 후에는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은 부동산 투기 열풍과 코로나19 재확산,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논란 등으로 뒷전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천도를 거론하면서 시선을 돌렸고, 결국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라는 이례적 역사를 기록한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들어간 통합당은 의석 수에 밀리자 정책전을 펼칠 준비에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한국식 기본소득제 등을 거론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고, 입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화두에 오르자 통합당은 '북한의 대남 도발 규탄 및 북핵 폐기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검찰-언론 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상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예고했고, 통합당은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23일 강원 고성의 화암사에서 만나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23일 강원 고성의 화암사에서 만나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러난 부동산 정책 '실패'와 본격적인 '현금살포'

하반기에 들어선 3차 추가경정예산이 화두에 올랐다. 35조1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72년 이후 처음으로 한 해 세 차례 추경 편성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거대 집권당이 의석 수로 추경을 강행하자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고, 정의당은 기권했다. 야권에선 "입법부가 견제와 균형의 본분을 망각한 채 행정부의 거수기, 대통령의 하명 처리 기구로 전락한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며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킨 역대 최악의 추경"이라고 맹비난을 쏟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여권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논란도 떠올랐다. 여당은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해 부동산 3세법 통과를 강행했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 등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힘을 받지 못했고, 일각에선 김 장관 경질론과 해임 촉구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사청문회 정국도 있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에 올랐고,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장으로 부임한다.

통합당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또 대외적으론 본격적인 호남·중도층 사로잡기에 나서면서 지지율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김 위원장은 국립 5·18 민주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호남 지역 수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봉사에 나섰다. 당명도 국민의힘으로 바꾸면서 극우와의 결별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초유의 비대면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열었다. 전당대회에선 대통령 선거에 앞서 당심을 잡기 위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이 여당 수장에 오른다. 이해찬 대표는 32년간의 정치 생활을 마쳤다.

지난 10월 23일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23일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두 번의 '거짓말'… 내년 정국 풍향은 '깜깜'

정기국회를 앞두고 코로나와 전쟁하겠다던 정치권은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마비됐다. 여야 지도부에선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인사가 속출했고, 당정은 대한의사협회와 난데없이 의과대학 정원 확충을 두고 갈등한다.

민생이 고통을 겪는 와중에 21대 의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추 장관 공방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물밑에선 4차 추경 심사가 있었고, 59년 만에 한 해 네 차례 추경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또 서해에선 북한군의 남측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방부의 늑장 대응도 논란으로 부상했다.

법사위에선 민주당이 연말 공수처법 개정과 공수처 출범을 예고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여야 갈등과 추천위 내 의견 차이로 올해 공수처 출범은 수포로 돌아갔다. 다만 여당은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역시 의석 수로 통과 강행시켰다.

2021년도 예산은 558조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한국판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에 반대하면서 송곳 검증을 예고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소소위원회 밀실 협의는 피할 수 없었다.

차기 대통령 선거와 정국 주도권을 바꿀 4·7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면서 야권에선 속속 경선 출마자가 나타났다. 당초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재보선을 치르는 지역에는 공천하지 않겠다던 민주당은 기치를 선회했다. 당원 투표로 공천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여당 안에선 후보군 사이 눈치를 보는 인사가 여럿이다.

중대 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작은 공세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날을 세우는 국민의힘을 저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고, 야권에선 문 대통령 일가족에 대한 비위 의혹 등을 재차 부각하기 시작했다. 보수권과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민주당은 결국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고 문 대통령은 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야당 역시 의혹을 쏟았지만 주목 받지 못하고 '아니면 말고' 방식의 여전한 습성을 보여줬다.

28일에는 공수처장 후보 최종 2인을 압축하기에 이른다. 다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에서 역시 야당 측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강력히 반발함에도 표결을 강행한다. 야당 측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정국경색은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권 유지와 교체 사이에서 여야의 정책 싸움과 여론전은 재보선을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영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고, 객관적인 시선보단 주관적 감정을 내세우면서 국가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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