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대…현실 외면한 입법 추진"
건설업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대…현실 외면한 입법 추진"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0.12.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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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수백개 현장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산업 특성' 피력
16개 유관단체 탄원서 국회 법사위·민주당·국민의힘에 제출

건설업계가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업체마다 수백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CEO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는 것이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 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질 경우, 건설사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연)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16개 건설유관단체 명의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조치 의무 등을 위반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2년 이상 징역과 벌금에 처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탄원서에서 건단연은 안전사고가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맞느냐며, 법안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건설업의 경우, 업체마다 수십~수백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어 CEO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는 것이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사정은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수준도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사망사고 발생 시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7년 이하 징역인 데 반해, 독일은 1년 이하 징역, 영국은 2년 이하 금고, 미국과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등으로 한국의 처벌 수준이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건단연은 또 국내 건설업체들이 안전관리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체들은 법령에서 정한 것 외에도 전사적 안전관리 차원에서 CEO 특별점검과 무재해 펀드 조성, 안전체험학교 건립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신규 협력업체 대표자와 현장소장 교육, 안전우수 협력업체 포상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단연은 시설 개선 등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한국 산업 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예방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 이상을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 시 해당 노력의 일정 부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안전투자가 소모성 비용이 아닌 언젠가는 보상받을 수 있는 투자라는 믿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적자 만회를 위한 무리한 공기 단축은 사고 발생에 치명적이므로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단연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돼 그야말로 기업의 운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법안이 알려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처벌 만능의 법안 제정을 쫓기듯 밀어붙이면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탄원서 제출에는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한국골재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 16개 건설 관련 단체가 동참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