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섹터·반도체주 밸류에이션, 대만보다 '저평가'
한국 IT섹터·반도체주 밸류에이션, 대만보다 '저평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2.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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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외국인 투자자 관점서 한국 상대적 매력도 유효"
MSCI 한국 IT 섹터 대 대만 IT 섹터 상대 PER(위) 및 삼성전자 대 TSMC 상대 PER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MSCI 한국 IT 섹터 대 대만 IT 섹터 상대 PER(위) 및 삼성전자 대 TSMC 상대 PER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지난달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아시아 증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IT섹터와 반도체 종목의 주가는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증시 구조가 유사한 대만보다 저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도 추가 수급 여력이 있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국내 증시가 대만 증시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이후 이머징 주식형 펀드(ETF·상장지수펀드 포함)에 유입된 자금은 190억달러(약 20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75% 이상인 약 150억달러 자금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증시 주식형 펀드로 집중 유입됐다.  

◇ IT 업황 개선 전망에 외국인 핫머니 술술

보고서는 11월 이후 아시아로 유입된 자금의 절반(약 100억달러)을 액티브 성격으로 추정한다. 액티브는 패시브 자금과 달리 벤치마크 대비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고 거래기간도 더 짧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자금의 95%가 지난 한 달여간 아시아 증시로 향했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최근 투자 전략에는 달러가 약화에 대한 신뢰와 우호적인 내년 IT 업황의 전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두드러지는 아시아향 자금 유입은 약달러 기조를 기반으로 한 환차익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낙관적인 내년 IT 업황 전망이 뒷받침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머징 주식형 펀드 및 일본 제외 외국인 자금 유입 추이(왼쪽) 및 액티브 성격 자금 유입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이머징 주식형 펀드 및 일본 제외 외국인 자금 유입 추이(왼쪽) 및 액티브 성격 자금 유입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다만, 보고서는 증시 구조 상 IT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모두 IT 회복 사이클의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는데도 두 국가의 가격 편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집계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IT 섹터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한국이 13.9배, 대만 19.1배였다. 상대 PER로 보면 한국이 대만의 73% 수준에 그치고 있다. 

◇ 12개월 선행 PER, 삼성전자 13.7배·TSMC 23.8배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자 각국 시가총액 1위인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도 가격 차이가 벌어져 있다. 

특히, 지난 11월 이후 주가는 삼성전자(+29.2%)가 TSMC(+23%)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12개월 선행 PER은 삼성전자가 13.7배로 TSMC 23.8배보다 더 낮다.

상대 PER은 삼성전자가 TSMC의 58% 수준으로, 지금 수치는 지난 2015년 이후 평균치 62%보다 더 낮아졌다. 

또, 최근 중국 제조업 경기가 호황 국면을 맞은 가운데, 두 기업의 중국향 매출액 비중을 보면 삼성전자가 27%로 TSMC 21%보다 더 크다.

중국이 지난 7일 발표한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21.1%(달러 표시 기준)로, 최근 3년간 최고치를 찍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중국 수출 증가율에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경향도 한국 IT 섹터의 상대적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이다. 

환율구간별 반도체+IT 하드웨어 외국인 순매수 대금(왼쪽) 및 반도체·IT 하드웨어 중심 외국인 순매수 대금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환율구간별 반도체+IT 하드웨어 외국인 순매수 대금(왼쪽) 및 반도체·IT 하드웨어 중심 외국인 순매수 대금 추이. (자료=하나금융투자)

◇ 5조원 순매도 우위…선호 환율 구간은 '1060~1080원'   

외국인의 올해 매도 규모를 보면 수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반도체와 IT하드웨어 종목에서 약 10조원가량을 매도했다. 5월 이후 5조원 규모를 매수했지만, 이는 연간 기준으로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또, 원·달러 환율 1100선이 지난주 무너지면서 수급 여건은 더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환율을 보면 지난 2013년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종목을 매수했던 시기 환율은 1060~1080원선이었다.  

이 연구원은 "현 수준의 환율 또한 외국인이 매수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구간은 아니다"며 "외국인 입장에서 대만 증시 대비 국내 증시에 프리미엄을 부여해 볼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