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민주주의" 발언에도 與 '독주'… 30분 안건조정위 오늘 실시
문대통령 "민주주의" 발언에도 與 '독주'… 30분 안건조정위 오늘 실시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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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공수처법 개정안 안건조정위서 논의
여당 주도 의결 가능성 높아… 경국경색 불가피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반발하며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국회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반발하며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안건조정위원회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설치법 개정안 관련 논의에 나선다.

야당이 시간을 끌기 위해 신청한 안건조정위는 여당의 주도로 의결될 공산이 크다.

이날 오전 9시 열리는 안건조정위는 위원장을 선출한 후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박범계·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한다.

민주당은 전날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 중 하나로,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 인정하는 상법 개정안의 단독 의결을 시도했다.

이에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공수처장 선출 협의에 합의했지만, 여당이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는 한 시간도 안 돼 무산했다.

여당의 기습 표결에 반발한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 김도읍 의원은 "약속을 해놓고 이렇게 깨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따졌지만, 민주당 간사 백혜련 의원은 "전체회의 때 의견을 말하라"며 발언을 저지했다.

백 의원은 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야당은 집단 반발했다. 여당에서도 고성으로 맞붙었고, 심지어 백 의원은 속기사를 향해 "이런 건 기록하는 게 아니다"라고 훈수하며 속기까지 막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에 대해 안건조정위를 신청, 법사위 앞에선 50여명의 의원이 '의회 독재, 공수처법 규탄' 팻말을 들고 시위에 들어갔다.

안건조정위는 국회법 57조에 따라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에 따라 여야 동수로 구성한다. 구성일로부터 90일까지 활동이 가능하고, 조정안 의결은 위원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성립한다. 의결일로부터 30일 안에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표결해야 하고, 조정에 실패하거나 조정안 부결 시 해당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한다. 여당의 공수처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90일이란 기간은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최대기한이기 때문에 처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백 의원은 "안건조정위를 먼저 구성하고 이를 의결한 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도 "(90일은) 최대의 기간이고,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차적 요건은 거치지만, 사실상 건너뛰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1차 안건조정위에 배정한 시간은 30분가량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이 법 개정을 강행하면 막을 수 없다는 판단해 합법적인 선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론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패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지난해 연말 공수처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때와 같이 이른바 '살라미 행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야당의 반발에도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하명'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급락과 맞물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악재로 쌓이면서 기로에 섰다. 이 때문에 이반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읽힌다.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야당의 대여투쟁 확대도 주도권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공수처법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저지 등을 위해 장외투쟁까지  나섰던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은 되려 여론으로부터 뭇매만 맞았다.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상황에서 장외투쟁은 여당 입장에선 역살을 날릴 기회인 것이다.

문 대통령 역시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을 사과하면서도 여야 공방의 불씨를 살렸다. 문 대통령 발언 후 여야 공세는 더 치열해진 실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수처와 관련해 "개혁을 위한 마지막 진통,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 등 발언을 내놓았다. 사실상 민주당을 향해 공수처법 처리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고 말했지만, 국회는 여당의 입법 독주로 공세 수위만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야 대치전선 확대는 내년 국회 일정에도 영향이 미칠 뿐 아니라 새해 최대 행사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경색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기업규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은 법사위의 안건조정위에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각각 논의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도 정무위 안건조정위로 넘어간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