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겪은 공수처장 후보 물색… '흥행 불안' 우려 여전
난항 겪은 공수처장 후보 물색… '흥행 불안' 우려 여전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1.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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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추천위, 1차 인선 후 '자격검증' 돌입 예정
일각선 공수처 관심도 높아져 손사래… 與 이달 출범 촉구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박병석 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정혁 변호사, 박경준 변호사, 이헌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 후보 추천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흥행 불안의 조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11월 중 추천 완료를 주문하고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도 만족도를 충족할진 미지수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9일 1차 추천에 이어 13일 두 번째 회의에 들어간다.

추천 후보를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은 대한변호사협회다.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부위원장, 한명관 변호를 선정했다.

추천위는 이찬희 변협회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여당이 내세운 김종철 연세대학교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야당 몫 임정혁·이헌 변호사 총 7명이다. 공수처법 6조에 따라 위원당 5명까지 최대 35명을 추천할 수 있지만,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후보군 물색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법 5조는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법인에서의 법률 사무 종사자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 재직자 가운데 경력 15년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특히 전국민적 관심을 받는 초대 공수처장이고,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격화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어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관심도가 높아져 물망에 오른 일부 인사도 초대 공수처장 추천을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추천위는 일단 취합한 인사에 대한 자격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의 후에는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을 얻은 후보 2명을 최종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이 늦어진 만큼 조속한 인선을 주문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더는 저버리지 않도록 추천위가 향후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해 이달 안에 공수처장이 임명되길 바란다"며 "비상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전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1차 추천시한을 언급하면서 "임기 3년의 초대 공수처장 임명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며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개혁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검찰의 정치 개입과 권한 남용, 제 식구 감싸기 등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반드시 출범해야 한다"며 "출발이 늦어진 만큼 11월 안에 후보 추천을 완료할 수 있도록 야당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주 회의는 추천위가 차질 없이 후보 추천을 진행할 수 있을지 가늠할 시험대다. 추천위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일정을 비운 것에 이어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조속한 추천을 원하는 여당과 합법적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천위 안에서도 '여야 대리전' 형태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시간 끌기'를 우려해 공수처법 개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잠정적으로 잡은 상태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위원 이헌 변호사는 "여당이 이달 안에 공수처를 출범해야 한다고 압박하니 부작용이 생기고 추천에 어려움만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찰에 압박을 가하는 것을 보면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검찰을 1호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이유로 추천을 거부하는 인사가 있다는 게 이 변호사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 추천) 위원 두 분이 각 두 분을 추천한 것으로 들었다"며 "중립적·독립적이며 권력의 비리를 주저 없이 척결할 수 있는 소신을 가진 분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두 추천위원이) 야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자는 결국 지명이 안 될 텐데, 지명이 안 될 일에 신청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후보로 추천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당이 이달 중 공수처장 임명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왜 저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며 "우선 (야당이) 거부권이 있고,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충분히 검증해야 하지 않겠느냐. 검증을 한 뒤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우격다짐으로 11월 안에 추진하는 것은 자기들이 추천한 사람을 눈감고 동의하라는 말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