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이냐"… 與, 재계 반대에도 재계 위한 '공정경제 3법' 예고
"필요한 것이냐"… 與, 재계 반대에도 재계 위한 '공정경제 3법' 예고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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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병든 닭 몇 마리 몰아내자고 투망 던져… 부작용 어쩔 것인가"
손경식 "규제 인한 이익·손실 따져봐야… 경영 휘청할 수도" 우려 표명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공정경제 3법 TF 단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공정경제 3법 TF 단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 참석,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이 본궤도를 향해 달리고 있다. 여당은 기업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재계는 오히려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만류하고 있다.

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전담조직)는 1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단체와 간담회를 실시했다.

정부는 앞서 '상법' 개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인의 금지 청구제 도입이 주 내용이다. 금융그룹 감독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등 요건을 갖춘 비지주 금융그룹(기업)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위험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와 경제학계는 이를 두고 '기업 옥죄기'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근 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정경제 3법은 기업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기업계와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겠다"며 "(법안 추진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긴 어렵다"고 못 박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서로가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선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해결 방법과 대안은 없는지 △현실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 세 가지 화두를 던졌다.

이어 "일부 기업의 문제인지, 전체 기업의 문제인지, 기업이 그동안 어떤 개선 노력을 해왔는지 등에 따라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병든 닭 몇 마리를 몰아내기 위해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든 닭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쓴소리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선진 경제로 나아가 미래를 열자는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세부적인 해결 방법론도 높은 수준의 규범과 같은 선진 방식이어야 한다"며 "만약 법 개정을 꼭 해야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정부 입법 예고 기간에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윤곽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 다음에 찬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순서"라며 "각 법안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하나로 묶어 얘기하기보단 각 상황을 고려해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바운더리(boundary·규정)이지만, 선진 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며 "법만으로 모든 걸 규정하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어디까지를 규범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법으로 할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경제 3법 관련 쟁점을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다중대표소송제 △상장사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보유요건 완화 △전속고발권 폐지 △내부거래 규제 확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 7가지로 정의했다.

손 회장은 "법안은 규제의 성격을 가진 것도 있고 기업을 도우려는 것도 있다"며 "지금 거론된 법안 내용의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 봐야 한다. 규제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이며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 룰(규정) 강화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사법 대응 능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대형 외부 세력의 공격과 소액주주에 의한 소송 남발로 경영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우려를 피력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 경영 제도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경영권 방어 제도와 종합적인 관점에서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은 경제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하면서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차 예고했다.

공정경제 TF 위원장 유동수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라며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안을 원칙으로 검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며 "토론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고 덧붙였다.

이날에 이어 오는 15일에는 당 싱크탱크(정책연구소) 민주연구원이 경제단체와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를 만나 경제 3법 쟁점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간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