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열병식서 유화 제스처…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 의식
신형 ICBM 꺼내면서도 직접 언급은 자제… 美 대선 염두에 둔 듯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요구' 등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우리 측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남북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된 상태인데다 최근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추후 상황에 따라 남북대화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등 꾸준히 북한에 대화 손짓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메시지는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악화된 민심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김 위원장은 사건 발생 직후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그동안의 전례로 미뤄봤을 때 공동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두 손을 마주잡자"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사실상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모두 끊은 상황에서도 비공개적으로 정상간 친서 라인을 유지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개선의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최근 통지문 발송에서 언급한 사과의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1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국민 사망 사건이 조기에 규명될 수 있도록 우리측 제안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호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날 이날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대미압박'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자위적 정당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이 선제 공격이 아닌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인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핵무기 위협을 드러냈던 것과 달리, 핵무력 증강을 그다지 내세우지 않은데다 자위적 정당방위를 강조한 것은 남북미 관계를 고려해 수위조절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대선(11월3일) 이후 열릴 수 있는 '협상의 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도 "새로운 무기체계들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을 계속 분석하고,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했을 뿐, 북한의 새 무기체계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 등은 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유화적 제스처는 보인 반면,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남북 대화 재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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