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먹고 비비고 찾는 미국…K-푸드 '빅2' 자리매김
신라면 먹고 비비고 찾는 미국…K-푸드 '빅2' 자리매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0.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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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 중국 제치고 한국식품 두 번째 '큰 손' 떠올라
코로나19로 홈쿡 확산에 라면·김치·만두·인삼 등 '인기'
CJ제일제당·대상·농심 식품기업 이미지 적극 홍보·판촉
미국 현지 매체 ‘The Jet Sun’을 통해 소개된 비비고 만두와 고추장. (제공=CJ제일제당)
미국 현지 매체 ‘The Jet Sun’을 통해 소개된 비비고 만두와 고추장. (제공=CJ제일제당)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12년 만에 K-푸드(한국식품) ‘빅(Big)2’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일본과 중국에 밀려 K-푸드의 세 번째 수출시장이었지만, 올 하반기 들어 중국을 앞서면서 두 번째 큰 손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라면·김치 등 주력품목의 호조 속에서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을 비롯한 대형식품기업의 적극적인 판촉활동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8월 누계 기준 한국식품의 미국 수출액(수산 제외)은 7억6670만달러(약 8926억원)로, 중국의 7억1330만달러(8303억원)보다 5340만달러 더 많았다. 중국은 전년 동기보다 1.5%가량 늘어난 반면, 미국은 25배 많은 38.3%의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식품의 주요 10개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차지하는 한국식품 전체 수출비중도 15.8%로 전년 동기의 12.0%보다 4.0%포인트(p) 가까이 급상승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일본과 2.3%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은 2008년 이래로 지난해까지 한국식품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을 앞서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미국에서 집밥과 온라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라면과 김치, 만두를 중심으로 가정용 한국식품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1위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등 한류 호재도 한국식품의 호감도 상승에 한몫했다. 

aT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내 식료품 사재기 현상과 함께 홈쿡(Home-cook) 트렌드, 면역력 이슈 등으로 라면과 김치, 인삼과 같은 주력품목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정부의 비대면 마케팅 지원과 함께 식품기업의 활발한 홍보·판촉, BTS 등 한류 콘텐츠 위상 제고로 주류 소비자까지 저변이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K-푸드의 약진은 대형식품기업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홍보·판촉활동 영향이 크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미국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다. 특히, 올 들어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냉동식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하고, 만두를 중심으로 비비고 상품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시장에서 25년간 만두시장 1위를 했던 중국의 ‘링링’까지 꺾으며, K-만두의 위상을 높였다. 

또, 지난해 연말부터 올 5월까지는 뉴욕의 중심부 맨해튼에 비비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K-푸드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인지도를 더욱 높여, 미국 전 지역으로 K-푸드 열풍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은 ‘신라면 블랙’과 미국 현지 소비자들. (제공=농심)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가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꼽은 ‘신라면 블랙’과 미국 현지 소비자들. (제공=농심)
대상의 수출용 맛김치 제품. (제공=대상)
대상의 수출용 맛김치 제품. (제공=대상)

농심도 대표 상품인 ‘신라면’으로 미국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농심은 월마트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특설매대를 운영하고,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에서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신라면 버스를 운영하며 주류 소비자를 겨냥한 홍보활동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최근에는 미국의 3대 일간지로 꼽히는 뉴욕타임즈가 ‘신라면블랙’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에 선정했고, 영화 ‘기생충’ 효과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까지 크게 늘었다. 이런 덕분에 농심 미국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5%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 라면은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몇 안 되는 외국식품 브랜드”라며 “신(辛)브랜드는 이제 미국 메이저 유통회사가 먼저 찾는 한국 대표식품이 됐다”고 말했다. 

김치와 인삼도 미국에서 소비가 대폭 늘었다. 김치는 면역력 향상에 좋은 음식으로 입소문 나면서, 1위 브랜드 대상의 ‘종가집’을 중심으로 공급저변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대상은 미국 내 김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현지에 김치 생산공장을 조성한다고 최근 밝혔다. 인삼도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이 기능성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현지 판매가 급증했다. 

대형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 마케팅에 힘입어, 미국에서의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6.7% 늘어난 5321만달러(619억원), 김치는 69.1% 성장한 1635만달러(190억원), 인삼은 18.5% 증가한 1460만달러(170억원)로 집계됐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