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뭐 먹을까…소비자 몰려든다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 뭐 먹을까…소비자 몰려든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9.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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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집밥 수요 늘자 신라면·진라면 매출 두 자릿수↑
신라면, 블랙·건면 등 '프리미엄' 이미지로 시장지배력 강화
'진한 국물' 진라면, 12년간 가격동결 높은 호감도로 추격
신라면×손흥민 에디션(좌)과 패키지 리뉴얼한 진라면 2종(우). (사진=각 사)
신라면×손흥민 에디션(좌)과 패키지 리뉴얼한 진라면 2종(우). (사진=각 사)

농심 ‘신(辛)라면’과 오뚜기 ‘진(眞)라면’은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특수를 맞은 가운데, 닮은 듯 다른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1위 신라면은 블랙·건면 등으로 라인업을 강화해 프리미엄 이미지로 입지를 굳히는가 하면, 2위 진라면은 ‘착한 라면’ 이미지와 함께 젊은층에게 높은 호감도를 얻으며 신라면을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맞수 농심과 오뚜기는 각각 ‘신라면’과 ‘진라면’을 앞세워 30년 넘게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농심 신라면과 오뚜기 진라면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기준 신라면은 전년 동기보다 12.4%, 진라면은 10%가량 성장했다. 

농심과 오뚜기를 상징하는 신라면과 진라면은 2000년대 후반 때만 해도 점유율 차이가 4~5배가량 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라면 판매량(소매점 기준) 점유율에서 신라면은 15.5%, 진라면은 14.6%로 1% 이내로 줄었다. 다만, 매출액에서는 신라면 약 16%, 진라면 8%로 두 배가량 차이 났다. 업계에서는 판매량에서 진라면이 순한맛·매운맛 2종으로 합산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관련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채널 판매 증가와 함께 진라면이 가격경쟁력에서 신라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들어, 두 브랜드 간의 격차는 좀 더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6일 이마트몰 기준 신라면 5개(개당 120그램·g) 한 팩은 3380원, 진라면 매운맛은 2750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심은 신라면 외에도 짜파게티·안성탕면 등 매출 비중이 고른 반면에, 오뚜기는 진라면 비중이 압도적인 편”이라며 “진라면이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묶음판매 등 판촉활동이 활발한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면에서 점유율 성장치는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심은 진라면이 추격을 하고 있으나, 신라면 위상은 끄떡없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986년에 탄생한 신라면은 특유의 매운맛으로 폭 넓은 소비층을 확보하며 가장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해외도 100여개국 이상 진출하며 라면 한류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량만 325억개에 달한다.  

신라면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이름 그대로 매운맛에 있다. 농심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 식습관에 착안해 얼큰한 소고기장국을 모티프로 삼고, 전국에서 재배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대상으로 매운맛 실험을 수차례 거쳤다. 국물요리에 주로 넣는 다진양념 조리법도 적용해 ‘맛있게 매운’ 국물 맛을 구현했다. 면 식감은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도 쫄깃한 맛에 초점을 맞춰 200개가 넘는 시도 끝에, 지금의 면발로 개선했다. 

신라면은 세분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춰 프리미엄 제품인 2세대 ‘신라면 블랙’과 칼로리를 낮춘 3세대 ‘신라면 건면’을 잇달아 개발하며 ‘신’ 브랜드를 확장 중이다. 

신라면 블랙은 미국의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즈가 세계 최고의 라면으로 극찬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라면이 식사대용으로 더욱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신제품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를 내놓았다. 신라면 건면은 튀기지 않아 맛이 담백하면서도, 열량은 일반라면의 70% 수준으로 부담을 줄이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신라면블랙과 신라면 건면의 누계 판매량은 출시 이후 올 상반기까지 각각 4억개, 1억개에 이른다.

농심은 남은 하반기 동안 글로벌 축구스타 ‘손흥민’을 모델로 신라면 인지도를 확고히 다지는 한편,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유튜브·틱톡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소비자 참여 마케팅을 전개하고, 최근 인수한 e스포츠 게임단 ‘팀 다이나믹스’를 활용해 젊은층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출시된 신라면 신제품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 (제공=농심)
최근 출시된 신라면 신제품 '신라면블랙사발 두부김치' (제공=농심)
새롭게 패키지 디자인이 바뀐 진라면 용기면. (제공=오뚜기)
새롭게 패키지 디자인이 바뀐 진라면 용기면. (제공=오뚜기)

이에 맞선 오뚜기는 강점인 진한 국물맛과 함께 신라면에는 없는 순한맛 개발, 높은 호감도를 앞세워 신라면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진라면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 첫 선을 보였다. 깊고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맞춘 진라면은 수차례의 개선 작업으로 국물 맛 품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나트륨 함량은 줄이는 대신 건더기 양을 늘리며 푸짐함까지 더했다. 핵심인 국물 맛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매운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늘초 고추’를 사용했다. 면발에는 밀 단백을 추가해 쫄깃한 식감을 배가시켰다. 

신라면과 달리 매운 라면을 잘 먹지 못하는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매운맛과 순한맛으로 다변화한 것은 진라면 충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된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런 장점들 덕분에 진라면은 출시 이후 올 상반기까지 60억개가 팔렸다. 

높은 브랜드 선호도도 진라면 소비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가격 면에서 2008년 이후 올해까지 12년간 동결하면서, ‘갓뚜기(신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층에게 호감도가 높은 점은 강력한 무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올 5월 발표한 ‘국내 봉지라면에 대한 소비자행태조사’에서 진라면은 2040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세대별로 높은 점수를 고르게 받았다. 3040 여성들이 식재료 구매 등 장바구니 경제권을 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적 소비자인 자녀들의 라면 선호와 선택에도 진라면이 미래 라면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은 최근 패키지 디자인을 한층 젊고 감각적으로 바꿨고, 이달부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는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새 모델로 기용한다”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으로 진라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