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임총리 선출 약식선거로…'스가' 대세론 부상
일본 후임총리 선출 약식선거로…'스가' 대세론 부상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9.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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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내 반발에도 신임총재 양원총회서 선출
아베 총리 정적 ‘이시바’ 선출 가능성은 낮아져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공식 표명한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새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이 당 안팎의 논란에도 끝내 약식 선거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1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정적으로 알려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의 선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은 1일 총무회를 열고 양원(참·중의원) 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NHK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원 총회 선출 방식은 당원들의 투표없이 진행돼 당내 반발이 상당한 상황이다. 또 자민당 당칙에도 새 총재를 선출할 때는 원칙적으로 소속 국회의원(현 394명)과 당원(394명)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정식 선거로 선출하도록 돼있다.

다만 긴급(코로나19 사태 확산 대응 등)을 요하는 경우에는 국회의원 및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 햏당)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약식 양원 총회에서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

자민당 집행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총무회에서 아베 총리의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임이 당칙에 규정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당원 투표를 생략한 약식 선출안을 내놨다.

회의 중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등 중견, 신진 의원들이 반발했지만 당 집행부가 제시한대로 약식 선거를 통해 후임 총리를 선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고이즈미 외에도 전날 코바야시 후미아키(小林史明) 자민당 청년국장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에게 국회의원·당원이 같은 수의 표를 행사하는 정식 선거로 총재를 선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한 145명의 국회의원 서명도 제출했지만 자민당 집행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선거 방식이 정해짐에 따라 자민당은 오는 8일 총재 선거를 고시하고 14일 투개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중의원에서 선출하는 총리를 맡는다. 후임 총리 선출을 위한 임시 국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이번 약식 선출로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인사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될 전망이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를 비롯해 아소파(54명), 니카이파(47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파벌에 속하지 않으면서 스가를 지지하는 인사도 3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자민당 내 2위 파벌인 다케시타파(54명)도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 중에 있으며 이시하라파(11명)도 스가를 지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측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시바는 포스트 아베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타났지만 지금까지 아베와는 극명한 대결구도를 형성해 왔다.

때문에 자민당이 약식 선거로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내 국회의원 기반이 약하지만 당원 및 지방 지지층이 튼튼해 국회의원 표가 중요한 변수인 약식 선거 방식은 불리하다. 또 이시바파 소속 국회의원수도 19명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도 새 총재 후보로 나설 뜻을 전했지만 그 역시 기시다파(47명) 외에는 당내 지지 파벌이 전무한 상태다.

그는 일찍부터 포스트 아베로 지목돼 왔으며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 몇 안되는 인사다. 또 아베 총리보다는 온건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어 한일관계 및 국제관계에서 호의적 인물로 평가되고 있으나 여론의 지지율은 낮다.

자민당 새 총재 선출방식이 정해지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스가 장관의 대세론이 굳어졌다며 최근 차기 총리 경쟁에서 가장 주목할 인사라고 언급했다. 

특히 스가 장관은 일본 정가의 특징인 파벌문화에서 무파벌로 성장한 자수성가형으로 손꼽히며 총리관저의 2인자로 지목된 만큼 후임 총리로 취임 시 아베 정권에서 추진해 온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니카이 간사장 또한 스가 장관을 지원하고 나서 스가 대세론은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