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민주진영 전면 탄압…민주화 인사 무더기 체포
홍콩 정부, 민주진영 전면 탄압…민주화 인사 무더기 체포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8.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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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차우, 지미 라이 등 10명 체포
홍콩 경찰, 조슈아 웡 체포 전방위 압박
(사진=연합뉴스)
아그네스 차우. (사진=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민주화 인사들을 무더기 체포하면서 홍콩 사회 및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은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 등이 포함된 민주화 인사를 대거 체포했다.

홍콩 정부가 민주파 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제 사회는 이 같은 행위를 맹비난했다고 연합뉴스가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밤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알려진 아그네스 차우(24)의 자택을 기습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기 위해 홍콩 내에 이 같은 조항을 집행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홍콩 경찰이 아그네스 차우를 체포한 핵심은 홍콩보안법에 규명된 분열 선동 금지 등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우는 체포 다음 날인 11일 밤 보석을 통해 풀려났다. 

풀려난 직후 차우는 홍콩 민주파 진영의 대대적인 체포에 대해 “명맥한 정치적 박해”라며 “정권이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홍콩보안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그네스 차우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조슈아 웡과 함께 지난 2011년 결성한 학생운동 단체인 ‘학민사조’를 통해서다. 

2012년 홍콩 정부가 친 중국적 내용을 담은 ‘국민교육’ 과목을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규모 반대 운동(12만 명 참여)을 주도해 해당 계획을 철회시킨 바 있다. 

또 2014년 무려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대규모 시위(우산 혁명)를 주도했고 이후 차우는 ‘학민여신’이라는 별칭과 함께 조슈아 웡과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16년 드디어 차우와 웡은 네이선 로와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결성했고 지난해 홍콩 시위 시 국제 사회에 연대를 호소하는 등 반 중국, 반 체제 활동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데모시스토당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기 직전 해체됐고 네이선 로는 영국 망명 길에 올랐다. 

홍콩 경찰은 전날 ‘학민사조’ 전 회원인 윌슨 리와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진영의 압도적 승리 당시 선거감시단 활동을 한 바 있는 앤디 리 등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특히 반 중국 언론인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를 비롯한 그의 두 아들, ‘빈과일보’의 모기업 ‘넥스트 디지털’ 임원 4명이 체포되는 등 11일 홍콩 경찰에 체포된 민주파 진영은 10명에 이른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은 전날 경찰에 의한 빈과일보의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보며 “제3세계에서나 벌어지는 언론 자유 탄압이 홍콩 내에서 발생한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민주파 진영을 탄압하려는 홍콩 정부에 항의하듯 빈과일보를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한편, 홍콩 경찰이 전방위 체포 작전 중인 조슈아 웡의 체포여부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입법회(홍콩의회) 선거 출마를 선언한 웡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