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유통 큰 손 '네이버'…제도권 밖 '시장 점령' 가속화
금융 유통 큰 손 '네이버'…제도권 밖 '시장 점령' 가속화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7.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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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진출 없이 증권·보험 등 각종 상품 연계 판매
플랫폼 활용 가능성 무한…전통 금융사, 협력·경쟁 사잇길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자회사를 활용해 증권과 보험 등으로 금융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 본연의 영역까지 진출할 계획은 없지만, 제도권 밖에서 키우는 존재감도 막강하다. 이는 네이버가 보유한 플랫폼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 때문인데, 은행 등 전통 금융사들은 이제 네이버를 협력 관계에 둘지 경쟁 관계에 둘지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9일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선보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은 지난달 8일 출시 후 한 달 만에 가입자 약 27만명을 유치했다.

이 통장으로 네이버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용액의 최고 9%까지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금융을 적극적으로 연결한다는 콘셉트가 기존 증권사 CMA 계좌와 경쟁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실제,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의 네이버쇼핑 결제액은 통장 가입 전보다 2배로 늘었다. 결제 횟수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등기과를 통해 '엔에프(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자회사 법인 등록을 마쳤다. 엔에프보험서비스는 미래에셋생명 등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형태로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래에셋생명과의 제휴 이외에도 다양한 보험사와의 연계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금융 서비스 간 연결 고리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네이버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금융시장을 파고들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네이버가 굳이 금융 본연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더라도 은행들은 네이버가 가진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된 현재 네이버가 가진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이 영업 권역을 늘리면 늘릴수록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싶어 하는 협력사들도 더욱 많아질 것이고, 그런 부분에서 전통 금융업계는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출범 초기부터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점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무엇보다 네이버 스스로가 그동안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런 결정의 이면에는 '금융회사'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을 경우 감당해야 할 각종 규제 대비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있다는 게 전자금융업계의 시각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설립 당시부터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는 데, 이는 핀테크회사들이 은산분리(銀産分離) 등 각종 규제 밖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주된 형태다. 금융회사가 만든 상품이나 금융회사와 함께 만든 상품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금융상품 유통 플랫폼 정도 개념이다.

A 핀테크 회사 관계자는 "제도권 안과 밖은 규제를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가 있는데, 네이버는 제도권 밖에서 자유롭게 금융상품을 유통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며 "강력한 검색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가 굳이 규제를 받으면서 제도권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