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역설(下)] "시장 다스리기 실패…공급에 충실해야"
[부동산 정책의 역설(下)] "시장 다스리기 실패…공급에 충실해야"
  • 전명석 기자
  • 승인 2020.07.0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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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현 수요 억제 정책 '풍선효과' 등 부작용 지적
'풍부한 유동성' 흡수할 대체 투자처 발굴 노력도 필요
(사진=신아일보DB·각자 제공)
(사진=신아일보DB·각자 제공)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난관에 부딪혔다. 과거 정부와 극명히 구분되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동산을 대표하는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규제 강도가 약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실상 시장 다스리기에 실패했다며 공급을 충실히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책의 역설(逆說)과 마주한 문 정부의 다음 수(手)를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수요 억제 정책에서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할 것을 주문했다. 공급이 우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수요 억제는 풍선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에 불안 심리를 형성해 오히려 가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를 발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Q 정부가 규제 일변도 정책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뭔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3년째 누적되고 있는 수요 규제가 가진 딜레마라고 본다. 규제가 많다 보면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대책 효과가 짧아지고 있으며 6·17 대책의 경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시장에서 가격은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이기 때문에 공급 정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하지만, 수요는 탄력적이지만 공급은 비탄력적이다. 빨라야 2년이고 택지부터 시작하면 5년 넘게 걸리는데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 사람들의 새집에 대한 열망도 커진다. 경차가 혜택은 많지만 사람들은 수입차와 대형차를 좋아한다. 높아진 요구 수준에 비해 공급되는 주택 수준이 규제로 인해 낮은 측면도 있다. 국민들의 삶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기존 방식대로만 공급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미국과 우리나라 금리가 연동되는 상황인데, 미국에서도 2022년까지 저금리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M2(광의통화량)가 3000조를 넘어섰다. 굉장히 많은 자금들이 유동성을 갖고 시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식과 부동산 외 대체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대체투자처 발굴이 쉽지는 않지만 공모형 리츠나 펀드, 선물 지수를 활용한 간접투자상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크게 늘었고,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급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더라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보인다"

장성대 건국대 부동산학전공 교수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첫째로 들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내성도 많이 생겼고, 지금 안 사면 큰 손해를 보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여력이 있는 사람은 자꾸 사려고 하고 없는 사람은 계속 살 수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유동성 문제가 있고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게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다. 또, 너무 잦은 대책을 내놓다 보니 시장 내성이 커져 '결국에는 오르더라'는 학습효과가 생겼다."

최근 3년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주간 지수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앱)
최근 3년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주간 지수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앱)

Q 정부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김덕례 실장

"저금리 유동성이 많아 생기는 문제를 주택 정책이 가진 수단만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시장에 풀려있는 과잉 유동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근원적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 또, 코로나19로 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못 하고 있는데 이를 정상화 시켜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유동 자금이 기업 투자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승현 대표

"시장 의견을 좀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은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밖에 안 된다. 정부는 과거에 규제했던 것을 풀어서 집값이 올랐다고 생각하는데, 정책 유연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국민을 위하고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주거 수준이나 환경에 대한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

함영진 랩장

"글로벌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 어려울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역할론이라는 게 있으니 간접투자상품을 통한 대체투자처 다양화나 용적률을 늘려주는 대신 일정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하는 등 공공성을 병행하면서 공급을 꾸준하게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경희 수석연구원

"임대주택을 비롯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하며, 실소유자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늘린다고 하는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취득세 낮추거나 감면해주는 방향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장성대 교수

"시장에 풍부한 공급을 해주겠다는 시그널이 필요하다. 수요 규제보다는 공급적인 부분에 비중을 둬야 한다. 현 정권 내에서 눈앞에 보이는 효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해야 한다."

양지영 소장

"그간 수요 억제만 하는 정책만 나왔는데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데 공급 대책 다변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에 따른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현황. (자료=국토부 홈페이지)
정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에 따른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현황. (자료=국토부 홈페이지)

Q 대통령이 공급 물량을 확대하라고 하는데,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마땅한 방안이 있을까?

김덕례 실장

"단지형 대량 공급이 어렵다면 업무시설 내 기존 용도를 상실한 곳을 주거용으로 바꿔주면 된다. 이를 위해 과거에 만들어진 경직된 용도지역제가 현시대에 맞는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소규모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도 병행해야 한다."

송승현 대표

"발굴하는 기간도 생각해야 하는데, 재건축·재개발 등 당장 하려고 하는 쪽부터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신규공급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거래세를 낮춰 재고주택시장에서도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함영진 랩장

"기존 3기 신도시에서도 공급을 추가로 뽑아낼 필요가 있다. 자족용지를 조금 줄여 주거용지로 전환하면 세대를 늘릴 수 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

"단기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실질적으로 수요가 많은 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서울 유휴부지를 빨리 개발한다든가 용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양지영 소장

"어렵겠지만 서울시나 인접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심 내 공급의 경우 재건축과 재개발이 유일하다. 6·17 대책에서 이를 규제한 마당에 바로 풀 수는 없을거고,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정도가 될 것."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전인 지난 2017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서울시 서초구 A아파트 전용면적 59.99㎡ 매매 실거래가격 추이(단위:만원). (자료=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앱)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전인 지난 2017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서울시 서초구 A아파트 전용면적 59.99㎡ 매매 실거래가격 추이(단위:만원). (자료=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 앱)

Q 공급 확대를 위해 양도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실제 양도세를 낮추면 공급 확대 효과가 있을까?

김덕례 실장

"양도세 때문에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사람들도 있다. 과도한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환수하는 게 맞지만, 2주택자까지는 일정 부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세와 취득세까지 늘어나면서 세금 수준이 너무 높아지고 있다."

송승현 대표

"공급 효과가 있으려면 양도세 중과 배제 기준을 10년 보유에서 5년이나 3년으로 낮춰야 한다. 지금이 2020년이니까 2010년 이전에 지은 것만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너무 오래됐다. 준신축급이라도 나오려면 3~5년 정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여경희 수석연구원

"일부는 있을 수 있다. 12·16 대책으로 10년 이상 주택 보유자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됐지만 매물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부담을 낮추려면 확실하게 낮추는 게 매물이 나올 유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이라 공급이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장성대 교수

"거래세를 낮춰 숨통을 틔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순환을 시켜줘야 하는데 가지고 있으면 오르고, 팔면 세금으로 날아가니 급하지 않은 사람은 가지고 있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부는 양도세를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해 많이 걷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로 인해 순환에 큰 장애가 발생하고 있으니 제고해봐야 한다."

양지영 소장

"보유세가 확대되는 상황이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있다. 공급 대책과 함께 양도세를 낮춰주면 불안시기에 무리하게 매수하기보다는 공급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발생할 것이다."

Q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다주택자 부담 강화를 지시했는데 어떤 대책이 나올지? 그리고 그 대책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

김덕례 실장

"지금 상황에서는 나와봐야 알 것 같다. 예전처럼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제가 작동하는 때라면 전망이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지금은 예측도 어렵고 예측으로 인해 변동성만 더 커질 수 있다. 평가와 진단에 앞서 관망을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송승현 대표

"종부세와 양도세 강화 쪽이 될 것 같다. 추가로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완화가 나올 것 같다."

함영진 랩장

"양도소득세 비과세, 장기보유 공제 기준과 보유세가 강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와 생애최초 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경희 수석연구원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가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12·16 대책 때 불발된 종부세 강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오른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리게 되면 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장성대 교수

"다주택자 세금 부담과 관련해 더 강한 대책이 나올거라고 본다. 하지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오히려 악순환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하면 거래가 끊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격은 오르고 사겠다는 사람도 줄을 서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없는 사람이 더 힘들어지는 정책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지영 소장

"종부세 강화가 나올 공산이 크다. 다만, 다주택자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종부세가 늘어난다고 매물이 바로 나오진 않을 것이다." 

[신아일보] 전명석 기자

jms@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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