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의 역설(上)] 규제 일변도 대책 비웃는 '집값'
[부동산 정책의 역설(上)] 규제 일변도 대책 비웃는 '집값'
  • 전명석 기자
  • 승인 2020.07.0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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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李·朴 정부 평균 2배
2개월 한 번꼴 대책에도 진화하는 시장 전술에 매번 고배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 관련 긴급 보고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 관련 긴급 보고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난관에 부딪혔다. 과거 정부와 극명히 구분되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동산을 대표하는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규제 강도가 약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실상 시장 다스리기에 실패했다며 공급을 충실히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책의 역설(逆說)과 마주한 문 정부의 다음 수(手)를 부동산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기조가 명확히 '규제를 통한 주거 안정'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거 안정 측면에서도 현 정부에 합격점을 주는 이는 많지 않다. 2개월에 한 번꼴로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위 가격으로 본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과거 두 정부 평균 오름폭의 두 배에 달한다. 공급에 목마른 시장이 규제를 피해 가는 상황이 계속되자, 정부 정책이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6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올해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00만원에서 9억2600만원으로 3년 만에 약 3억1400만원이 올랐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 상승률은 53%로, 앞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여간 총상승률의 두 배에 달한다.

KB국민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08년 12월부터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4억8000만원에서 4억6500만원으로 1500만원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4억6500만원에서 5억9900만원으로 1억3400만원 올랐다. 이들 두 정부를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중위 가격을 기준으로 총 26% 상승했다.

문 정부와 박 정부, 이 정부는 각각 다른 부동산 정책 기조를 보였다. 특히, 문 정부에서는 앞선 두 정부와 비교해 강화된 규제 위주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집값 안정에 방점을 찍은 정책들을 쏟아냈음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두 배를 웃도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임기 초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 총 21건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 반 만인 2017년 6월19일 전매제한·대출·재건축 규제 강화와 조정대상지역 확대를 골자로 첫 대책을 내놨다. 이를 시작으로 약 2개월 만에 한 번씩 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수위를 높여 왔다.

가장 최근 발표한 6·17 대책에는 △규제지역 확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정비사업 규제 정비 △과세체계 정비 관련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규제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호출해 직접 상황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한 규제책이 있었지만, 수위는 현 정부보다 낮았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락 및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부동산 완화 정책을 폈다. 당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지역을 투기 과열 및 투기지역에서 해제하고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했으며, 대출 규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규제와 완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집값 급등을 견제하는 정책을 폈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정책 기조를 규제 완화에 맞추고, 양도세 한시적 면제나 취득세 영구 인하, 대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시행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권별 서울 아파트 중위값 변화. (자료=KB주택가격동향)
정권별 서울 아파트 중위값 변화. (자료=KB주택가격동향)

전문가들은 계속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에서 멀어진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다스리려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분석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급이 적다 보니 불안 심리로 가격이 상승하는 측면이 있고, 정부에서는 3기 신도시 등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물량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3기 신도시 사업 활성화 이전에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간 건설사에 유인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서울 내 신규 공급은 한계가 있고 대규모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기존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물량이 많아 순 공급량이 적다"며 "3기 신도시 등 도심 외곽 공급량을 높이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전명석 기자

jms@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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