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美송환 불허…“면죄부 주는 것 아니다”
법원,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美송환 불허…“면죄부 주는 것 아니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7.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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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 받아야” 강조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 강제송환을 불허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 씨가 법원의 불허 결정에 따라 미국 강제 송환을 피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0부에 따르면 6일 검찰이 청구한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웰컴 투 비디오’ 관련 수사가 여전히 국내에서 진행 중으로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수사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구매자나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회원을 발본색원하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손정우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에서 음란물을 다운로드한 이들 중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해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한다면 한국내 수사는 음란물 소비자들의 신상을 확보하지도 못한 채 수사에 큰 지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가 아니며 본 사건에서는 손씨의 국적인 한국이 주권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손씨 및 그의 변호인이 ‘국내에서 중형을 선고받더라도 죗값을 달게 받겠다’는 취지로 거듭 진술했고 또 이번 결정이 손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손씨는 앞으로 이뤄질 수사 및 재판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판시했다.

앞서 손씨는 2015년 7월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Dark Web)을 사들여 2018년 3월까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기소 됐다.

‘웰컴투비디오’는 32개국의 약 128만명(유료회원 4000여명)의 회원이 아동 성착취물을 공유하거나 거래한 사건이다. 알려진 다운로드 횟수만 36만 건에 달하며 32개국에서 국제 공조수사를 벌인 결과 310명이 아동 성착취물(음란물)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손씨는 자택에 서버를 두고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 명으로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가상화폐(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받는 수법으로 2년8개월여 동안 아동 성착취물 총 22만여 건을 유포해 약 4억원(415비트코인)에 이르는 돈을 벌어들였다. 

1심은 손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해당하는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상고 없이 형이 확정됐다. 

손씨는 올해 4월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강제 송환을 요구했고 한국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서울고검은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이에 따라 손씨는 만기 출소를 앞두고 구속영장이 새로 발부됐고 석방은 미뤄졌다. 

손씨는 범죄인 인도 여부에 대해 이날까지 총 3차례 심문을 받은 결과 미국 강제 송환은 피하게 됐다. 

손씨의 송환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손씨의 부친은 이날 법원 판단이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피해자 분들에게 죄송하고 자식만 두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시 죗값을 받을 죄가 있다면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