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복귀 후 '국정조사 추진' 등 대여공세 수위 높여
박병석 국회의장의 회유에도 여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남은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 강행을, 미래통합당은 대여투쟁 전선 확대를 예고했다.
박 의장은 25일 오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치를 당부했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에 따르면 박 의장은 주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여야가 진지하게 협의해야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 내에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 의장은 앞서 김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3차 추경 처리 절박성과 긴박성을 알고 있다"면서도 "여야가 막판까지 진지하게 협상을 해달라"고 전했다.
박 의장 요청에도 여야는 대치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5일 박 의장과 민주당이 18개 중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과 상임위원 강제 배정한 것에 항의성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하다가 열흘만에 국회로 돌아왔지만,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협상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12개 상임위원장직도 모두 여당이 맡으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번 박 의장과의 40여분간 면담에서도 "원활한 원 구성에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원론적 의견만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3차 추경에 대해 "1차 추경 집행도 미진한 상태에서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추경"이라고 평가했고, 같은 당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 역시 "추경 예산은 모두 분석했다"며 "(문제를) 하나하나 발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3차 추경 통과를 위한 대응안을 모색하고 있다. 추경안을 심의하려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상임위 구성이 안 될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 심사 기간을 정할 수 없다. 국회법상 의장이 심사 기간을 정해도 천재지변 또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추경 심사를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만이라도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현재 민주당과 국회의장실이 약간 혼란 상태에 빠진 것 같다"며 "추경이 올라와 있지만 12개 상임위 전체를 구성하지 않으면 심사가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 등 딜레마(궁지)에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결위를 구성해 추경안을 심사하면 국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통합당은 이외에도 대내외 현안을 쟁점화하며 민심 돌리기에 나섰다.
원 구성 협상과 추경 심사를 떠나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횡령 의혹과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불거진 남북관계 악화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의 회고록이 정쟁 화두에 오르면서 볼턴 전 보좌관을 부르자는 주장도 나왔다.
또 이날 통합당 의원총회에선 이른바 '한·유·라' 국정조사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한 여권의 의혹 제기 △조국 민정수석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정관계(정치·관료) 연루 의혹이 있는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등 3가지 사건을 묶어 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탈원자력 정책도 국정조사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통합당의 국정조사 추진은 민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에서 국정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다만 조사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해도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를 통해 조사를 시행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여권의 치부를 파고드는 국정조사를 수용할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통합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현재로선 공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김정재 통합당 의원은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원의 상시 자료제출요구권을 법에 명시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현행 국회법 등에는 본회의나 상임위 또는 소위원회 의결을 통해서만 행정부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개별 의원은 관행적으로 행정부에 자료를 요구해 제출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