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법정최고금리 내리기…'대출 장벽 높이기' 될수도
서민 위한 법정최고금리 내리기…'대출 장벽 높이기' 될수도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5.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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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6%서 시작해 24%까지 하향 후 '추가 인하' 추진
저축은행 등 제도권 심사 강화로 불법 대부 활성화 우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금여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발의된 이자제한법 개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66%였던 최고 이자율이 6차례에 걸쳐 24%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금리 고통에서 서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수익성이 낮아진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사들이 리스크 낮추기에 들어갈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이 오히려 불법 대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논의가 21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해 4월 송갑성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시중 여신금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인 법정최고금리를 낮추고 자영업자와 저소득 서민층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현재 금전대차 계약상 최고 이자율이 연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된 것을 22.5%를 넘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업체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를 연 20%로 제한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 일부개정법률안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법정금리 제한이 처음 만들어졌던 지난 2002년 66%에 달했던 최고금리를 지난 2018년까지 6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지난 2014년 연 34.9%였던 법정이자율 상한은 2016년 27.9%, 2018년 24%로 2년마다 급속도로 내렸다.

법정최고금리를 내릴수록 저축은행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 수요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밖 불법 대부업에 대한 현실을 금융당국이 모르는 것 같다"며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결국 불법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운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금리 위반과 관련한 상담 및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대비 9.8% 증가한 569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의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다.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저신용자를 돕기 위해 '경기 극저신용대출' 상품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이 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대출 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1차 접수에서만 4만1667명이 신청했다. 500억원 한도인 상품에 신청자 규모로만 따지면 약 390억원 규모의 신청이 접수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법정최고금리를 급격히 인하하면 저신용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따라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자금 공급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 가격에 상한을 두면 이에 따른 초과 수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최고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영세한 자금 수요자들이 자금을 잘 할당받을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결국 제도권 밖에서 자금을 조달하다 보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부분들에 대한 섬세한 자금공급방안이 병행돼야 의미가 있지 무조건 낮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