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처 "21대 국회, 정치 양극화 우려… 대화·타협으로 복원 필요"
입법처 "21대 국회, 정치 양극화 우려… 대화·타협으로 복원 필요"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5.0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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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향후 과제 보고서… "양당 간 정치 갈등 심화 가능성"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 최대 180석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거대 집권당과 관련해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단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분석 및 향후 과제(김종갑·이정진 입법조사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다당제로 운영됐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양당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당 간 정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사처는 4·15 총선을 △높은 투표율 △여당의 5분의 3 의석 획득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출현 △정치 양극화 및 지역 분할 구도 등장으로 요약했다.

먼저 이번 총선 투표율은 66.2%로 71.9%를 기록했던 1992년 14대 총선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지난 20대 총선의 58%보단 8.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높은 투표율은 이미 선거일 전 5일부터 양일간 실시한 사전표에서 나타났따. 이번 사전투표율은 26.69%로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입법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투표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배경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먼저 시기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실시된 선거이므로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 투표 참여를 유인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번 총선이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간 대결로 가면서 결집력이 높아졌던 것도 투표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당 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의 의석 수를 합쳐 180석을 획득했다. 단독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야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려는 시도도 무력화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같은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데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정부 검진과 방역활동이 외신보도를 통해 국제적 모범 사례로 인식되면서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는 게 조사처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침체와 고용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정권심판보다 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켜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단 시각도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과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의 19석을 포함해 103석을 얻었다.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 갈등과 일부 후보자의 막말 파문으로 중도보수층과 부동층의 이반을 초래했고, 결국 유권자에게 대안 정당으로서의 비전(목표)과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이번 총선의 주된 패인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비례대표만 3석을 얻었고, 정의당은 유일하게 얻은 지역구 1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더해 6석을 가져갔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선거였다는 점이다. 비례대표 선출에 병립형과 연동형을 혼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는 다당 체제를 구축하고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준연동형은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출현하는 문제를 초래했다. 조사처는 비례 위성정당의 출현에 대해 "정당 간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정당정치 질서를 교란하고, 유권자의 정당과 후보 선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성정당은 비례성 제고에 기여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위성정당을 설립하면 기성정당은 지역구 의석만으로 의석 할당 정당이 되는데, 해당 지역구 의석은 모두 초과 의석이 된다"고 전했다. 초과 의석의 발생으로 늘어나는 비례 의석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수만큼 득표와 의석 점유의 불비례가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사처 설명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의석수 총합은 위성정당이 얻은 비례 의석을 합해 전체 300석 중 283석이다.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이 95.3%에 이른다.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한 역대 총선에서 나타난 거대 양당의 의석 점유율 중 가장 높다. 

대구·경상북도와 광주·전라남도·전라북도에서 거대 양당이 갖는 지역 패권적 위상이 여전하단 평가도 있다. 

민주당은 TK(대구·경북)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한 반면 호남(전북·전남·광주)에선 28석 중 27석을 얻었다.

통합당은 호남에서 1석도 얻지 못했지만, TK에선 25석 중 24석을 가져갔다.

향후 경제·사회·정치적 현안을 둘러싸고 양당 간 대립이 심화되는 경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입법처는 특히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국회 운영 시 여야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입법 교착이나 대치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개헌(헌법 개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안건에서 집권당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대변하는 기관이란 점에서 집권당이 정책 결정이나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야당과 합의점을 찾지 않고 입법 절차가 진행될 경우 20대 국회에서 보여준 물리적 충돌이나 국회 파행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게 입법처 의견이다.

입법처는 "선거제도 변화가 항상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 결과는 준비되지 않은 준연동형 비례제의 도입으로 인해 유권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질책했다.

이어 "정당 민주화와 비례대표 의석 확대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은 비례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추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