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장기전 예고…트럼프 "더 내야" vs한국 "더 부담 안돼"
방위비 장기전 예고…트럼프 "더 내야" vs한국 "더 부담 안돼"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0.04.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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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 외교·국방장관 잠정합의안 거부 공식화
협상 교착 상태 11월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한미 양측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협정(SMA)을 두고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협상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칭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재압박 했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잠정 합의안’에 적시된 인상액보다 더 부담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한국이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면서 "우리가 하는 것의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에 대한 입장을 공식 표명하면서 각국 정상 간 담판 등 고위급 채널을 통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협상이 장기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협상 교착 상태가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에서 물러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조를 계기로 진전됐다며 한국 측이 전년 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 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지난달 말 한미 협상단은 4월1일로 예고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시행’을 앞두고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무급휴직이 시행 될 경우 대북 대비태세에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해 외교·국방 장관의 지휘아래 조금씩 양보한 성과였다.

하지만 잠정 합의안은 '트럼프 변수'에 막혀 결렬되며, 한미 협상단 모두 추가 협의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모양새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의사를 전달했더라도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통해 '(한국이) 더 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함으로써 잠정 합의안이 정식 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비 대폭 인상을 수용할 수 없는 한국 역시 새로운 협상안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한다는 원칙하에 협상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부 관계자들은 한국과 미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분위기가 협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