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韓 증시 최악 국면 벗어났다"…팔자 행렬 '진정'
외국인 "韓 증시 최악 국면 벗어났다"…팔자 행렬 '진정'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4.12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순매도 규모 3월 둘째 주 5조원대서 지난주 1조원대로
전문가 "매도세 절정 지났지만 순매수 전환 기대 일러"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 주간 외국인 순매도액 변동 추이(단위: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 주간 외국인 순매도액 변동 추이(단위: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서 강한 순매도세를 보여 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기세가 최근 누그러지고 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월 둘째 주 5조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더니 지속해서 줄어 지난주 1조1000억원대까지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이 최악 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바로 외국인 순매수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6~10일)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총 1조114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전주 총 순매도액 2조270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 후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최근 들어 다소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첫째 주(2~6일) 1조8829억원을 기록했던 외국인 순매도액은 둘째 주에 정점에 달해 5조84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셋째 주와 넷째 주 각각 3조321억원과 2조293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주까지 5주 연속 순매도 감소세를 보였다.

순매도 거래량으로 봐도 외국인의 '팔자' 기세는 많이 꺾였다. 지난달 넷째 주(23~27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1억1689만주를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다섯째 주 1억605만주를 순매도했고, 지난주에는 이 규모가 2583만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주에는 시간대별로 잠시나마 외국인 순매수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0일 오전 9시18분부터 11시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이어가다가 이후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앞서 8일과 9일에도 장 중 20~30분가량 순매수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개별종목도 늘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씨소프트 등 TMT(기술·미디어·통신) 종목을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LG화학, 셀트리온 등 제약·바이오 종목도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외국인 매도세가 절정에 달했던 3월 둘째 주(9~13일)만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다퉈 팔아치우던 종목들이다.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 주간 외국인 순매도량 변동 추이(단위:만주). (자료=한국거래소)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 주간 외국인 순매도량 변동 추이(단위:만주). (자료=한국거래소)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잠잠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코로나19로 거세게 몰아쳤던 외국인 '팔자' 기조가 일단 절정기를 지난 것으로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가 크게 줄고 있다"며 "매도 클라이맥스는 지난주 중 통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본격적인 외국인 유입 시그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순매수세를 기록한 종목도 나타나고 있어 증시 변동성은 한층 안정됐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이 최악 국면에서 벗어난 것으로 인식해 급하게 빼던 발을 멈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보다 더 최악의 국면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외국인들이 최근 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향후 2개월 동안에도 이같은 과매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매수세를 압도하고 있다며, 완전히 순매수로 전환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증시는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상황과 국제 유가 등 외부 요인에도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외국인이 단순히 국내 시장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순매도세가 줄어드는 모양새를 외국인 유입의 모멘텀으로 보기에는 위험하다"며 "본격적인 외국인 유입을 위해서는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승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유가도 안정돼야 하며, 글로벌 매크로 지표도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