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주의보 전국 피해 속출… 선별진료소 운영 중단도
강풍주의보 전국 피해 속출… 선별진료소 운영 중단도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3.1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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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쓰러진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강풍에 쓰러진 안내판. (사진=연합뉴스)

전국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유리창이 깨지고 자재가 쓰러지는 시설물 파손은 물론 산불 번짐과 항로 여객선 통제 등 산과 바다에서의 피해도 일어나고 있다. 야외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검사하는 선별진료소 운영이 중단된 것도 피해 사례 중 하나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순간 최고 시속 90km(초속 25m)가 넘는 바람이 불겠다. 강원 영동에는 최고 시속 126km(초속 35m)에 달하는 강풍이 일겠다.

순간 최고 시속 90km의 바람은 중간급 태풍에 준하는 강풍이라고 볼 수 있다. 지붕이나 기왓장이 뜯겨 날아갈 수 있고 가로수가 뽑히고 낡은 집이 무너지는 정도의 강도다.

정부는 전날 강풍에 의한 비상상황을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알리고 대책을 강구 할 것을 권고했다. 각 지자체 등은 강풍에 대비한 체계를 구축하며 일정 수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의 불씨는 하나둘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강풍주의보 속 서울에서는 이날 오전 3시27분께 노원구에 있는 수락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강풍으로 산불 번짐이 우려됨에 따라 소방당국은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를 출동시키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를 내리고 진화를 시작했다. 완전한 진화는 5시간 만에 이뤄졌다.

강풍 때문에 산불이 났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불의 번지는 속도나 진화 속도에 강풍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원도에서도 산불 피해가 났다. 이날 오전 7시3분께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에 있는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나 임야 0.7㏊(7000㎡)를 태웠다. 소방당국은 여기에 헬기, 소방차 등 13대의 진화 차량과 6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1시간30여분 만에 진화했다.

현장에는 초속 5m에서 6m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현장에 바람이 더해져 진화가 더 늦어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풍에 시설물이 낙하해 부상을 입는 사람들도 나왔다. 이날 오전 7시39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의 한 모텔 앞에서 40대 남성이 강풍에 날아온 플라스틱 조각을 얼굴에 맞고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오전 8시6분께는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건물 앞에서 40대 여성이 강풍에 깨진 건물 유리창 파편을 맞았고, 비슷한 시각 분당구 대장동에서는 30대 남성이 강풍에 쓰러진 자재에 부상을 입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러한 사고가 이날 16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풍은 코로나19를 감별하는 선별진료소 안전관리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각 지자체는 강풍 피해 우려에 선별진료소 일부를 철거·결박했다. 강풍이 오면 검체 채취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검체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광주광역시는 지역 내 12곳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시설 25동 중 천막 형태인 20동에 대한 고정·결박 작업을 완료했으며, 전남도는 61곳에 있는 총 70동의 천막 중 23동을 철거했다. 이에 목포, 여수, 광양, 담양, 구례, 고흥, 보성 등 일부 선별진료소 운영이 임시 중단된다.

강원도는 도내 38개 선별진료소를 비롯한 대기실 등 부속시설 44개소 중 속초와 삼척보건소 선별진료소 등 9개소를 철거했고 나머지 지역 선별진료소와 부속시설 중 22개소는 결박했다.

대전과 세총, 충남에서도 선별진료소 일부가 철거되거나 운영이 중지됐다. 대전 서구는 건양대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천막 7동 중 2동을 철거했고, 유성구도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천막 9동 중 5동과 선병원에 설치된 5동 중 2동을 철거했다. 대덕구는 근로복지공단 대전병원에 설치한 텐트 1개를 거뒀다.

세종시 조치원읍 보건소 내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임시 중단했다. 서울시는 은평병원(은평구), 소방학교(서초구), 잠실주경기장 주차장(송파구), 이대서울병원(강서구) 등 4곳에서 운영 중인 드라이브 스루 방식 선별진료소 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에서 선별진료소를 축소 운영하면서 신속한 검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런 강풍 피해에 대해 지자체는 물론 국민에게도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측은 “옥외간판, 비닐하우스, 철탑, 안내판 등 취약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비하고,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 간이시설물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며 “국민들도 외출을 자제하고 주변 위험요소를 다시 한번 살피는 등 개인 안전에 신경을 써달라”고 전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