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아내·6살 아들 흉기난자 살해 범인은 누구? 법의학 공방
‘그것이 알고 싶다’ 아내·6살 아들 흉기난자 살해 범인은 누구? 법의학 공방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3.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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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관악구 모자 살인’으로 세간에 알려진 재판에서 피고인과 검찰 사이의 뜨거운 공방이 발생했다.

17일 손동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J씨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 J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다세대주택(빌라)에 거주하는 아내 P씨와 아들 A군을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시신은 친정어머니와 이사할 집을 보러가기로 한 딸 P씨가 약속 시간에도 연락이 닿지 않자 부친과 오빠가 집을 찾은 후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범행에 사용한 도구가 없었고 오래된 다세대주택으로 입구 폐쇄회로조차 확보하지 못해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감식자료 및 감정 등을 통해 남편 J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기소했다. 

반면 남편 J씨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J씨가 집에서 나올 때 아내, 아이 모두 살아있었다”고 주장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속행으로 이루어진 이날 재판에서는 범의학자로 알려진 서울대학교 유성호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법정 진술을 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유 교수는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떤 사망 시점을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일정한 범위는 제시가 가능하다”며 “대략적인 사망 시간은 추정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위 내용물 감식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반면 J씨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추정한 근거인 위 내용물 검사가 학계에서 부정확한 방법인 만큼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J씨에게 살인 혐의를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루어진 J씨 재판에는 여러 법의학자가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이들은 모두 “피해자들의 위 내용물과 소화 상태를 고려했을 때 망자(아내·아이)들이 음식물 섭취 후 6시간 이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 측은 “아내와 아들이 사건 당일 오후 8시 이전 저녁식사를 마쳤다”며 “J씨가 오후 9시께 다세대주택(빌라)을 방문해 다음날 오전 1시30분께 나왔다면 외부침입 흔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 시간 사이 J씨가 망자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공판 이후 오는 23일 증인 신문을 한 번 더 진행하고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관악구 모자살인 사건은 지상파 장수 시사 다큐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룬 바 있다.

방영 당시 J씨 가족은 어떠한 물증도 없이 범인을 특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J씨 지인들도 끔찍한 사건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피해자 P씨 유가족은 J씨가 장례식에서 상주노릇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처참하게 잃은 가장의 모습이 아닌 무덤덤한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P씨의 친구들은 결혼 전부터 내연녀가 존재했고, 아내에게 받은 돈으로 내연녀와 사적으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평소 가장의 역할을 등한시 한 채 경제적인 부분조차 망자가 모두 책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어린 아들을 생각해 이혼 진행을 취소하고 남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고 한 후 이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며 슬픈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향후 재판 과정에서 법의학 공방이 어떤 결론을 맞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