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美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 원통형 배터리 독점 공급
LG화학, 美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 원통형 배터리 독점 공급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2.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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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루시드 에어' 표준형 모델 탑재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 전기차 ‘루시드 에어’. (사진=LG화학)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 전기차 ‘루시드 에어’. (사진=LG화학)

LG화학은 럭셔리 전기차 업체로 각광받는 미국의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

LG화학은 루시드 모터스의 럭셔리 전기차인 ‘루시드 에어(Lucid Air)’ 표준형 모델에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3년까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고 25일 밝혔다. 구체적인 공급 규모와 금액은 계약상 밝히지 않았다.

루시드 모터스는 지난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신생 전기차 업체다. 루시드 모터스는 올해 하반기에 첫 양산 차량인 ‘루시드 에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루시드 에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2.5초에 도달하며, 충전 시 주행거리는 643㎞에 달하는 럭셔리 전기차 세단이다.

우선 LG화학은 루시드 에어의 표준형 모델에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앞으로 스페셜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루시드 모터스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21700’ 제품이다.

원통형 ‘21700’ 배터리는 지름 21밀리미터(㎜), 높이 70㎜의 외관을 갖춘 제품으로, 기존 원통형 ‘18650’ 배터리(지름 18㎜, 높이 65㎜) 대비 용량을 50% 높이고, 성능을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21700의 상용화로 기존 18650에 비해 적은 수의 배터리를 연결해 원하는 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루시드 모터스의 전기차는 소형 원통형 배터리 수천개를 탑재하는 방식이어서 배터리 개수를 줄일수록 관리가 용이해 안전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 업체들은 꾸준히 원통형 21700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998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 상업화와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2001년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노트북용 대용량 2200밀리암페어시(mAh) 배터리를 출시했다. LG화학은 이 같은 장기간의 노하우와 양산 경험을 통해 원통형 ‘21700’ 배터리 개발과 대량생산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루시드 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기존 파우치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시장도 적극 공략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로린슨(Peter Rawlinson) 루시드 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LG화학과 협업은 루시드 모터스가 전기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최고의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의 고객들에게 최고의 전기차 성능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전기차용으로 기존 파우치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76.4기가와트시(GWh)에서 오는 2023년 150GWh, 2025년 227.9GWh로 매년 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 2018년 ‘NCM811’ 원통형 배터리를 전기버스에 공급하는 등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앞장섰다. 루시드 모터스에도 NCM811 기술이 적용된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NCM811은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양극재의 성분이 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로 구성된 배터리를 말한다. 양극재 내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니켈 성분 자체의 열(熱)이 높아 발열 등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고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다.

LG화학은 지난 3일 열린 2019년 실적발표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와 전기자전거·전기스쿠터 등 LEV(Light Electric Vehicle)의 성장세가 클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기차와 LEV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신규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LG화학은 루시드 모터스와 공급계약을 기점으로 대형 파우치, 소형 원통형 배터리로 양분된 전기차 시장에서 모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기존 대형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상위 20개 중 폭스바겐, 르노, 볼보, GM, 현대 등 13개의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해왔으며 최근 GM과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는 등 이미 150조원의 대규모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루시드 모터스 등이 주도해오던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 분야에서도 잇달아 대규모 공급계약을 이끌어내며 배터리 타입과 관계없이 모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