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50대기업 해부46]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로 라면명가 재건 박차
[신아-50대기업 해부46]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로 라면명가 재건 박차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1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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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개국 수출 브랜드 성장…출시 7년 누적매출 1조원 달성
국내 최초 라면 브랜드 ‘삼양라면’으로 한때 재계 23위 성장
"소비자 다양한 니즈 충족, 마케팅 강화로 해외서 성장세 노력"
삼양식품 본사 전경.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 본사 전경. (사진=삼양식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 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라면 명가(名家) 삼양식품은 세계적인 라면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K-Food(케이푸드)’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961년 창업 이래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했고, 라면을 ‘국민 제2의 주식(主食)’으로 자리매김한 기업이다.

삼양식품은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경영가치로 삼은 ‘정직과 신용’을 원칙으로 60여 년간 식품사업에만 전념하면서,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과 유제품, 소스 등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다각화해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특히 해외서 불닭시리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내수 매출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도약을 가시화하고 있다.
 

◇글로벌 히트 '불닭' 영업이익 4년 새 10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들어 고속 성장해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의 연매출은 2015년까지 3000억원을 밑돌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3592억원, 2017년 4583억원, 2018년 4693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 71억원에서 2018년 551억원으로 무려 670%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 5436억원,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5.81%, 41.91% 상승해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를 웃돌며 또 다시 실적을 경신했다. 

삼양식품은 김정수 총괄사장의 지휘 아래 불닭볶음면·삼양라면 등 라면류와 짱구·별뽀빠이와 같은 스낵류, 삼양목장우유·제주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닭 브랜드를 강조한 소스류와 가정간편식(HMR)까지 제품군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주요 관계·계열사로는 동양 최대 규모인 600만평의 초지목장인 ‘삼양목장’과 식품산업의 기초 소재인 밀가루를 제조하는 ‘삼양제분’, 라면스프 원료를 공급하는 ‘삼양내츄럴스’, 제품·원자재 운송을 담당하는 ‘삼양로지스틱스’, 면요리 전문점 ‘호면당’ 등이 있다.
 

◇창업주 전중윤 1963년 국내 첫 라면 도입…식량난 해결  

삼양식품의 창업주는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다. 전 명예회장은 1961년 삼양식품의 모태인 삼양제유주식회사를 창립하고,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전 명예회장이 라면을 도입한 이유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배고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전 명예회장은 1960년대 초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길게 선 노동자들을 목격했다. 먹을 것이 없어 미군이 버린 음식을 끓여 한 끼를 때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이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때 떠오른 것이 1950년대 말 보험회사를 운영하면서 일본에서 경영연수를 받을 때 맛봤던 ‘라면’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라면의 국내 도입이 식량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라면 제조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15일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맛과 디자인이 리뉴얼된 삼양라면. (사진=삼양라면)
지난해 11월 맛과 디자인이 리뉴얼된 삼양라면. (사진=삼양라면)

당시 일본라면 중량은 85그램(g)인 반면에 삼양라면은 100g으로 출시됐다. 가격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값싸게 먹을 수 있도록 10원으로 책정했다. 꿀꿀이죽 한 그릇 5원, 커피 한 잔 35원, 담배 한 갑 25원 등 그 때의 물가를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때문에 오쿠이 묘조식품 사장은 전 명예회장에게 “라면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한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전 명예회장은 “이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식량난이 심한 조국의 상황에서 누구나 배부르게 먹으려면 이 정도 가격이 적당하다”며 답했다고 한다.

삼양라면이 처음 나왔을 때 시장반응은 꽤 냉담했다. 아무래도 쌀 중심의 식생활에서 밀가루로 만든 라면이 낯선 탓이 컸다.

이후 전 명예회장을 비롯한 삼양식품 임직원들은 직접 극장·공원 등에서 무료시식행사를 열면서 적극 홍보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냈다. 때마침 정부도 1965년에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정책을 발표했다. 10원 라면 한 봉지로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삼양라면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의 큰 인기 덕분에 급성장했다. 특히 라면을 선보인지 10여년이 지난 1972년 당시 매출액은 141억원으로, 당시 국내 재계순위 23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라면 수출도 삼양식품이 원조다. 1969년 국내 처음으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하며 ‘한국 라면의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이후 해외 60여개국으로 삼양라면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정수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재건 일등공신 

승승장구하던 삼양식품은 지난 1989년 삼양식품 등 5개 식품업체 대표와 실무자 구속으로 촉발된 ‘우지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공업용 우지’를 썼다는 왜곡보도가 확산되면서, 농심과 업계 1위를 놓고 경쟁하던 삼양식품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합법적 절차를 거쳐 유럽·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같은 등급의 식용 우지를 사용했지만, 공업용 우지라는 오명으로 사세가 크게 기울었다. 늦게나마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나왔지만, 이미 추락한 위상과 소비자 신뢰를 다시 찾기는 어려웠다.

한동안 라면업계에서 좀처럼 회복을 하지 못했던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이라는 독특한 개성의 매운 라면을 출시하면서, 다시금 업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2011년 초 우연히 명동에서 매운 불닭 음식점에서 장사진이 펼쳐진 것을 본 김 사장은 라면에 강렬한 매운 맛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소·마케팅부서와 전국의 유명한 불닭·불곱창·닭발 맛집을 돌아다녔다. 또, 청양고추를 비롯해 하바네로·타바스코·졸로키아 등 세계 여러 국가의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 스타일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매진했다.

'불닭' 브랜드를 탄생시킨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사진=삼양식품)
'불닭' 브랜드를 탄생시킨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사진=삼양식품)
불닭시리즈 주요 제품. (사진=삼양라면)
불닭시리즈 주요 제품. (사진=삼양라면)

약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을 시장에 선보였고, 이후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중독성 강한 매운 라면’으로 빠르게 입소문 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해외서는 유튜브를 통해 ‘영국남자’로 알려진 인기 유튜버 ‘조쉬’의 불닭볶음면 먹기 도전 영상을 시작으로 ‘Fire Noodle Challenge(불닭볶음면 먹기 도전)’라는 콘텐츠로 확산돼 출시 1년 만에 월 매출 30억원대의 인기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초기와 비교하면 8배에 가까운 성장세다.

김 사장은 불닭볶음면이 일시적인 인기가 아닌 오랫동안 살아남는 ‘스테디셀러’로 키우고 싶어 했고, 불닭볶음면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매운 맛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재료를 첨가하거나, 더욱 강력한 매운 맛을 즐기고 싶거나, 혹은 좀 더 다른 맛의 불닭을 원하는 소비자 각각의 니즈(Needs)에 맞춰, 치즈불닭볶음면과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마요 등 후속작을 꾸준히 내놓았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선보인 불닭시리즈 확장버전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수출 초기부터 할랄(HALAL·이슬람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의 총칭)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할랄국가로의 진출을 준비했고, 커리불닭볶음면(동남아)·마라불닭볶음면(중국) 등 현지 소비취향에 맞는 수출전용 제품들도 적극 출시했다.

2017년 초에는 해외마케팅팀을 신설해 중화권과 아시아권, 미주권 등 지역별로 세분화하고,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SNS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이 중 불닭 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징동닷컴·샤오홍슈 등 온라인몰 공략과 왕홍(网红, 중국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했고, 지난해 현지 대형 총판업체 ‘유베이’와 손잡고 오프라인 유통을 기존 대도시 위주에서 3~4선 중소도시까지 확장했다. 그 결과 중국 수출액은 2016년 450억원에서 2017년 1000억원으로 2배 넘게 성장했고, 2019년에는 1200억원(잠정치)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삼양식품과 중국 유베이 간의 총판 계약연장 합의 후 기념촬영. (사진=삼양식품)
지난해 10월 삼양식품과 중국 유베이 간의 총판 계약연장 합의 후 기념촬영. (사진=삼양식품)
베트남 대형마트의 불닭시리즈의 판촉 현장. (사진=삼양식품)
베트남 대형마트의 불닭시리즈의 판촉 현장. (사진=삼양식품)

이 외에도 동남아와 미주, 유럽 등 전 세계 76개국에 불닭볶음면이 활발히 수출된 덕분에 삼양식품의 지난해 3분기(7~9월) 수출액은 700억원을 돌파해 처음으로 내수 매출을 앞질렀다. 또 출시 7년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제56회 무역의 탑 시상식에서 전 세계에 한국식품의 우수성을 알린 공로로 ‘브랜드 탑’을 수상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시리즈는 매년 5억개 이상 판매되면서 이미 스테디셀러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며 “특히 해외 매출 중 80%가량을 불닭이 차지할 정도로 수출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해외 수요 증가…1300억원 투입 밀양 신공장 조성

삼양식품은 세계적인 라면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시리즈의 더 큰 도약을 위해 경상남도 밀양에 신공장 조성을 추진한다. 2023년까지 1300억원이 투자돼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 짓게 될 삼양식품 신공장(부지 2만여평)은 불닭시리즈를 중심으로 수출용 상품을 전담하는 전진기지로 구축될 예정이다.

그간 삼양식품은 강원도 원주와 전라북도 익산에서 제품을 생산했는데, 중국·동남아 등 해외에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경상남도와 밀양시, 한국주택토지공사와 공장설립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맺고, 신공장 조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삼양식품의 밀양 신공장 조성 투자협약 기념식 현장. 사진 오른쪽 세번째는 김정수 사장. (사진=삼양식품)
지난해 12월 삼양식품의 밀양 신공장 조성 투자협약 기념식 현장. 사진 오른쪽 세번째는 김정수 사장. (사진=삼양식품)

밀양은 부산항과 인접해 물류비가 기존보다 50% 절감되는 등 입지조건이 뛰어나다. 삼양식품은 이 같은 이점을 활용해 신공장을 수출전진기지로 삼고, 생산라인을 자동화해 해외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불닭브랜드의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면류와 소스뿐만 아니라 떡볶이, 만두 등 간편식 제품군을 더욱 강화해 해외 매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라면 원조인 삼양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며 장수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주요 수출국에 구축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안정화하고, 주 소비층인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할 계획”이라며 “내수에서도 삼양라면과 불닭을 중심으로 라면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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