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쉽지 않네’ CEO 리스크에 금융지주 후계구도 ‘불안’
‘연임 쉽지 않네’ CEO 리스크에 금융지주 후계구도 ‘불안’
  • 이혜현 기자
  • 승인 2020.02.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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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DLF 대규모 손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확정되자 기정사실화 됐던 연임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DLF 대규모 손실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손 회장을 추대했다.

당시 임추위는 손 회장이 지주사 체제 정착과 비은행부문 확충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최적의 후보로 판단된다며 지주출범 초기 조직안정을 위해 차기 회장의 조기 선임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직안정을 위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연말부터 대표이사 선임을 서두른 우리금융의 노력이 손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며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가 금융위원회에서 의결되는 시점에 발효된다. 문제는 주총 전 손 회장의 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책경고는 임원의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이기 때문에 금융사 임원은 문책경고를 받게 되면 3년 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다음달 24일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마치되 연임은 포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오는 7일 정기 이사회에서 본인 거취 관련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1년을 맞아 숙원사업이었던 완전 민영화와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M&A를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그룹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CEO 리스크로 발목 잡힌 모양새다.

하나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함 부회장에 대한 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종 결제로 확정됐지만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6개월 업무 일부 정지·과태료)와 병과돼 있어 향후 금융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된다. 함 부회장 역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향후 3년간 금융사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이어 그룹 내 2인자로 차기 회장으로 입지를 다져온 함 부회장이었지만 이번 중징계로 성공 가도에 급제동이 걸렸다.  

두 금융지주 모두 행정소송을 제기해 금융당국에 불복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함 부회장은 현재 신입사원 채용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손 회장 역시 경영 리스크를 감수하고 금융당국에 맞서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