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수사’ 노 前 대통령 겨냥하나?
‘박연차 수사’ 노 前 대통령 겨냥하나?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04.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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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카사위 연씨 돈 사용처등 소환 조사키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의혹 수사가 박찬종 변호사의 면담 이후 새국면을 맞았다.

그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돼 왔던 검찰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눈 형국이다.

박 회장이 박 변호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모씨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을 밝혔지만, 용처를 놓고 준 쪽과 받은 쪽의 주장이 엇갈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홍콩 현지법인인 APC(Asia Pacific Company)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중 50억원을 지난해 2월 연모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검찰은 이에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 갔는지, 노 전 대통령은 이 돈의 실체를 언제 알았는지, 대가성인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연씨를 소환조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하겠다”는 수사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규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돈의 흐름을 명쾌히 해줄 가능성이 큰 APC 계좌 자료를 모두 확보하지 못한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홍콩 사법당국을 통해 APC가 자금거래를 해 온 홍콩의 주요은행의 자료를 넘겨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국내로 들어온 자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이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수사팀은 APC 계좌 자료가 수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필요한 계좌 자료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계좌를 받았는데 아무것도 아니면 어쩌냐”며 “수사의 단서로 보는 것이지 목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을 면담한 박찬종 변호사는 “화포천 개발에 쓰라고 준 돈”이라는 박 회장의 말을 전했다가 번복했다.

화포천은 노 전 대통령이 생태하천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이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영농법인 봉하마을’, ‘㈜봉화’, ‘재단법인 봉하’ 등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참여하거나 측근이 추진한 사업에 박 회장의 돈이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연씨측은 “절반은 해외 창투사를 통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했고 나머지는 남아있다”며 투자명목임을 강조했고, 노 전 대통령 측도 돈이 전달된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달 31일 한 지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사업성을 보고 돈을 투자한 것이지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