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73% 1~2학년 방과 후 영어…‘선행교육 금지 유명무실’
초교 73% 1~2학년 방과 후 영어…‘선행교육 금지 유명무실’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1.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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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의 방과 후 학교 영어수업이 지난해부터 허용돼 ‘영어 선행교육’ 금지정책이 무력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 저학년인 1~2학년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한 초등학교는 3409개교로 전체 6167개교의 55.3%에 달했다. 서울은 602개교 가운데 80.6%에 해당하는 485개교가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했다. 

이처럼 올해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교육부에 초등 저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한다고 신청한 초등학교는 4499개교로 전체의 73.0%에 해당돼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전체 초등학교의 94.4%에 해당하는 568개교가 초등 저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 내 영어수업은 3학년 때부터 시작된다. 또한 2014년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 및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편성된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의 운영을 금지했다. 

따라서 방과 후 학교도 이러한 선행교육 금지조항 적용대상에 포함, 초등 저학년(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시 학생들은 사교육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는 비난여론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초등 저학년 중 정규 영어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을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선행교육 금지조항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본격적으로 초등 1~2학년 대상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됐지만 유치원에서는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영어수업을 받다가 초등 저학년인 1~2학년 때는 공교육에서 어떤 영어교육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2년 뒤인 초등 3학년부터 다시 정규교육과정 내에서 영어교육을 받는 기형적 구조가 논란이 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 후 특별활동 영어수업도 금지를 시도했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무산됐다. 

이후 지난해 초 공교육정상화법이 개정돼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도 다시 선행교육 금지조항 예외로 규정됐다. 

교육계는 “여전히 많은 학부모가 ‘조기 영어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상황이다. 사교육보다 학부모 부담이 덜한 방과 후 영어수업을 유지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교육부가 초등 저학년에 해당하는 1~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로 맞벌이 부모가 늘어나는 추세인 점도 핵심적인 이유로 꼽힌다. 특히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학교는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가 아이를 돌보는 ‘돌봄기능’을 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등 1~2학년 대상의 저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확산하는 추세인 만큼 교육당국은 ‘학습’이 아닌 ‘놀이’ 위주가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11월 서울 사립초등학교 9곳을 조사한 결과, 일부 학교는 방과 후 영어수업을 하며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공부를 시키고 방과 후 영어수업 참여를 사실상 강제하는 등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방과 후 학교는 사교육보다 비용이 덜 들고 ‘돌봄기능’도 함께 수행한다는 점에서 확산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생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교육을 하지 않고 놀이위주의 교육이 되도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