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이중기소 문제에 재판부 “증거조사 후 공소권 남용 판단”
정경심 이중기소 문제에 재판부 “증거조사 후 공소권 남용 판단”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1.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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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권 남용 아니다”… 정 교수 변호인 “공소 취하해야”
22일 정경심 교수 첫 재판에서 이중기소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22일 정경심 교수 첫 재판에서 이중기소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첫 재판에서 이중기소 문제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인 가운데 재판부가 이에 대해 증거조사 이후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만약 재판부가 정 교수에 대해 이중기소 했다고 봤다면 이미 결정했을 것”이라며 판단 유보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처음 기소한 표창장 위조 사건과 나중에 추가 기소한 표창장 위조 사건에 대한 이중기소 문제가 쟁점이었다.

현재 정 교수는 2012년 9월7일자 동양대 총장 명의의 딸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두 번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처음 정 교수를 기소했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범행 시기와 장소 등을 새로 특정해 이 내용으로 같은 해 12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허했다.

검찰은 두 사건이 같다고 보고 있지만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하자 다시 추가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공소장 변경 불허 결정의 부당성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 받겠다며 첫 기소 사건의 공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이날 정 교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날 정치적으로 기소하는 등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공소를 취소해야 함에도 그냥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기각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의 주장처럼 이중기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동일한 증거로 병행 심리를 진행할 수 없으니 재판부나 피고인에게도 중복되는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재판부는 “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증거를 하나도 보지 않고 그 부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증거를 조사한 이후에 공소권 남용에 관한 판단을 하겠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증거 조사 계획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앞서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한 근거를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 시기를 1, 2달 바꾸는 것은 동일성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범행 장소를 동양대가 아니라 카페나 원룸 등으로 바꾸더라도 그 정도만으로 동일성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모한 사람은 ‘성명불상자’라고 했다가 후에 특정한 것도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첫 공소장에서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기재한 위조 방법이 나중에는 스캔 또는 캡처 방식의 파일 위조로 바뀐 점은 문제 삼았다.

이에 재판부는 첫 기소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 중 표창장 파일 위조 부분에 관한 것은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구속영장실질심사 이후 석 달 만이다. 죄수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법정에 나온 그는 묵묵히 재판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