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공범' 여부 심리"
법원 "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 '공범' 여부 심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1.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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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증거로 상당 부분 증명"… 공동정범 추가 심리
김경수 측 "의외 설명에 당혹"… 3월 10일 다음 재판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다시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김 지사가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가 다시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된 21일 오전 김 지사가 서초구 서울고법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김민기 최항석 부장판사)는 21일 재개된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을 열 계획이었으나, 전날 갑작스럽게 이를 취소하고 변론 재개 결정을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예정됐던 선고 공판이 미뤄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재판부는 '시연회 참석 여부'는 더 이상 따져볼 필요가 없지만, 김 지사가 시연회를 본 뒤 개발을 승인했는지 등을 살펴 '공모관계'의 성립 여부를 추가 심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으나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그간 심리한 내용은 2016년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면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이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근거로 재판부는 2016년 11월9일 김씨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고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비진술적 증거들, 당일 온라인 정보보고,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 로그기록, 이후 작성된 피드백 문서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잠정적인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통한 댓글순위 조작활동에 대한 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판례와 법리에 비춰 볼 때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어서, 특검과 피고인 사이에 공방을 통해 추가적인 심리를 하지 않고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앞으로 드루킹과 김 지사의 '공범 관계'에 관한 법리적 판단을 통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또 추가 심리가 필요한 쟁점으로는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에 △김 지사의 19대 대선에서의 역할 △댓글 조작으로 인한 포털사이트들의 실제 피해 상황 등 8가지를 지목했다.

재판부는 "이제부터 재판부가 요구한 부분에 관한 주장과 증명을 해 달라"며 "그 심리 결과는 피고인의 죄 성립 여부, 책임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재판부는 "추후 새로운 결정적 증거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잠정 결론을 바꿀 만한 결정적인 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예상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요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3월 10일 오후 2시에 다음 변론 기일을 연다.

한편, 재판부의 잠정 결론에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다소 의외의 재판부 설명이라 당혹스럽다"며 "더 진전된 자료나 논리를 가지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unha@shinailbo.co.kr